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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에 다시 온다면 꼭 다시 플레이해보리라 염두에 두고있었던 Crumpin-Fox 골프장에 다시 왔다. 여기는 (회원제를 빼고) 매사추세츠주 골프장 순위를 매기면 늘 최상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인데 보스턴에서 멀다는 (그래봐야 차로 두시간 거리지만) 이유로 가격도 착하다. 설계자가 Roger Rulewich인데 이 사람은 Robert Trent Jones 밑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분으로 실은 이 설계자의 집이 바로 인근에 있다고 한다. 자기가 태어나서 살던 동네에 골프장을 의뢰받았으니 적당히 만들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골프장의 이름은 원래 땅의 주인이었던 Crump & Fox soda company에서 따온 것인데 이 소다회사가 Roger Rulewich에게 의뢰해서 9홀 코스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주인이 바뀌고나서 추가로 후반 9홀이 만들어짐). 예전에 왔던 느낌은 어딘가 국립공원의 캠핑장에 온 기분이었고, 뉴잉글랜드 산세의 전형이라고 느꼈다. 당시에는 어려운 코스에서 허둥지둥 공을 굴리기에만 바빴기 때문에 언젠가 실력을 쌓아서 다시 오리라 다짐했던 곳이다.

이번에 우리가 묵은 숙소는 Westborough라는 곳에 있는데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를 간다. 덕분에 Crumpin-Fox까지는 1시간 반을 운전해서 갈 수 있었고, 시간을 좀 벌었다. 굳이 멀리까지라도 갈 가치가 있는 것이, 어제의 Kettle Brook이 매사추세츠 골프계의 "숨겨진" 보석이었다면 여기 Crumpin-Fox는 널리 알려진 보석이기 때문이다. 도착하여 만난 직원들은 친절했고, 천연잔디 드라이빙 레인지도 무료다. 카트에는 gps는 물론이고 얼음이 가득 담긴 쿨러에 나무티가 꽂혀있어서 컨트리클럽 분위기가 난다. 첫번째 홀에서부터 우리가 놀란 부분은 그린이었는데 그동안 빠르다는 그린을 많이 겪어봤지만 여기는 앞뒤로 경사도 심한데다가 어찌나 짧게 깎아놨는지 내리막 라이에서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반대편으로 나가버리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어렵기까지 한 이 코스에서 이날은 꽤 잘쳤다. 좋은 날씨에 근사한 코스라서 걱정할 것은 내 실력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욕심부리지 않고 우드로 티샷을 하고, 아이언이 생각대로 맞아주었다. 그린에서도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고 쓰리펏, 포펏을 했지만 이내 감을 찾았다. RTJ 스타일의 코스가 이쪽 동네에 흔한 Brian Silva나 Geoffrey Cornish 코스와 차이점 하나는 그린 주변이 완만해서 약간 짧은 어프로치도 잘 받아주게 설계된 것이다. 포대그린이라도 올라갔던 공이 주르륵 흘러내리거나 반대로 살짝 짧으면 프린지 주변의 러프에 멈춰버리는 식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번 5일간의 골프여행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코스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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