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고속도로가 교차해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 플레잔턴/더블린/샌레이몬 지역에서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골프장인데 리스트에서 항상 여기가 제외되었던 이유는 파 63의, 소위 executive 코스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골프장을 고르자면 일종의 편견같은 것이 있는데 전장이 6천야드는 넘는 18홀 정규코스만 다니려고 했다. 길면 길다고 불평하면서도 짧으면 뭔가 짝퉁을 걸친 느낌? 내지는 돈이 아깝고 했다. 하지만 Dublin Ranch는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Donald Knott와 Gary Lynn을 데리고 설계한 코스로 이 두사람은 RTJ 회사에서 일하면서 우리나라의 안양 컨트리클럽 리노베이션을 주도했던 이들이다. 아무튼 여기는 전장이 5,079야드에 파 3 홀이 11개 있는 코스다. 나뿐만 아니라 이런 골프장이 처음인 우리는 (코스가 우습게 보였는지) 빽티에서 치기로 했다.

실은, 여기를 잡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다. 원래 백불 정도인 다른 코스를 가려고 했다가 비가 와서 젖은 상태에서는 비싼 곳을 갈 이유가 없겠다 싶어서 일요일 오전에 44불 그린피인 Dublin Ranch를 부킹했던 것이다. 이 가격도 실은 내 기준으로는 비싼 편인데 샌프란시스코 근방의 비싼 물가는 골프장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막상 코스로 나가보니 파 3 홀들이 많아서 그렇지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코스였다. 많은 경우에 골프장의 시그너처 홀은 파 3 홀이 되는 법인데 Dublin Ranch에서는 각각의 숏홀들이 독특하고 근사했다. 의외다 싶게 멋진 코스였는데 사실, 이런 식의 퍼블릭 골프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에는 살짝 의아스럽다. 파 63 코스라면 동네의 노인네들이나 초보자들이 소일거리로나 연습으로나 다니는 곳이라는 느낌이 먼저 드는 법이다. 반면에 어려운 레이아웃을 찾아다니며 도전하는 로우핸디캐퍼라면 정규홀이 아닌 이런 골프장에는 관심갖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는 극단적인 산악코스라서 대개의 홀들이 심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오르막 코스는 길어서 힘들고, 내리막 홀들은 뷰가 아름답다. 맨 뒷쪽의 티에서 쳤더니 파 3 홀들이 많아도 원온이 힘들어서 짧은 코스라 생각이 들지 않았고, 커다랗고 굴곡이 심한 그린은 보기보다 느려서 (느리면 브레이크를 더 많이 탄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파 5 두개랑 다섯개의 파 4 홀들은 더더욱 길게 플레이되었는데 저멀리 배경이 되는 산들의 모양만 아니라면 진천의 레인보우힐스 분위기였다.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rdonnay, American Canyon, CA  (0) 2020.03.13
Eagle Vines, American Canyon, CA  (0) 2020.03.13
Callippe Preserve, Pleasanton, CA  (0) 2020.03.12
Foxtail (South), Rohnert Park, CA  (0) 2020.03.12
Foxtail (North), Rohnert Park, CA  (0) 2020.03.12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