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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부터 와이너리가 떠오르는 샤도네이 골프클럽은 나름 역사와 사연이 깊은 곳이다. 원래 Algie Pulley의 설계로 36홀 골프장으로 개장했다가 27홀로 축소되었고, 이후 다시 18홀 코스가 되면서 원래의 홀들 몇개는 지금의 Eagle Vines 골프장에 흡수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없어진 18홀이 그대로 Eagle Vines가 된 것은 아니라니까 뭔가 많은 부침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Silverado 리조트에서 묵는 나는 아침부터 서둘러서 왔는데 서머타임이 막 시작한 시기라 7시가 넘었어도 어두컴컴한 코스에 도착해 체크인한다. 프로샵의 직원은 어디서 왔냐 왜 왔냐 묻다가 우리가 오후에는 실버라도에서 칠 예정이라니까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시작하려고 보니 우리 티타임이 7시 21분이었지만 화씨 30도의 날씨로 frost 딜레이가 있다. 게다가 우리 이전에도 여러 팀들 부킹을 받은 모양으로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마침내 누구누구 팀 티오프하세요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이상한 것이, "세번째 그룹은 [내이름] 투썸" 이렇게 방송하는데 막상 두 팀을 보내고 우리 차례려니 했더니 어느새 다른 팀이 와서 자기네가 세번째라며 나간다. 그런가보다 했더니 또 다른 팀이 와서 자기네가 먼저라고 한다. 결국에는 두명의 (말이 많고 유쾌한) 필리핀 사람들과 짝지워져서 5번째 팀으로 나갔다. 이후에는 기온도 빠르게 올라갔고,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어 총 4시간만에 18홀을 돌았다. 티박스의 이름도 와이너리 골프장답게 sovereign, imperial, magnum, bottle 식으로 되어있는데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동반자의 설명으로는 와인병의 크기를 말하는 거라고 한다 (우리는 화이트티에 해당하는 magnum 티박스에서 쳤다).
막상 플레이해보니 어제의 Eagle Vines보다 더 극적이고 멋진 경치다. 처음 코스는 어땠을라나 궁금해질 지경으로 원래 설계는 산 전체의 지형을 적절하게 재구성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의 18홀은 파 3, 파 4, 파 5가 각각 여섯개씩인 코스가 되었다. 예전같으면 스코어를 잃어버리는 게 보통 파 5였기 때문에 싫어했을법한 디자인인데 요새는 가끔 나오는 버디가 주로 롱홀에서니까 은근 기대에 찬 라운드. 물론 어디서나 파 3 홀들이 시그너처 디자인을 품는 법이니까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바나나처럼 휜 그린이 인상적인 5번도 멋졌지만 커다란 반달 모양의 그린에 5단인가 6단으로 층이 진 8번 홀이 가장 재미있었다. 후반에서는 역시 파 3 홀인 14번이 근사했는데 포도밭 한가운데에 조그맣게 자리한 그린으로 공을 올린다. 지금은 포도나무가지가 앙상해서 그렇지 푸르른 시절에는 마치 초록 호수위의 아일랜드 그린처럼 보일 것이다. 지난 3일간 6곳의 골프장을 순례했는데 고급스러움이나 관리상태를 빼놓고 순수하게 코스로만 놓고 본다면 Chardonnay가 단연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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