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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시내 한복판에 있으니까 접근성은 최고지만 예전에 몇번인가 가보았던 기억으로는 짧고 사람많고 비싸다는 것이어서 굳이 다시 가보고싶은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토요일 오후에 마침 시간이 나길래 (원래 한번 정도 운동이 가능할 빡빡한 일정이어서 전날 The Coast에서 골프를 치고는 채와 신발을 잘 챙겨서 호텔방에 넣어두었었는데) 놀면 뭐하겠냐 그냥 마음을 비운 채로 (어쨌거나 가까우니까)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저런 골프장을 많이도 다녀봐서 생각이 바뀐 탓인지 뜻밖에도 꽤나 괜찮은 거다. 다운타운에서 택시를 타면 5분밖에 안 걸린다. 오랜만에 스탠드백을 등에 짊어지고 걸었지만 비교적 평탄한 파 70 코스여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고 (내게 아직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18홀을 돌 체력이 있다는 사실에도 나름 뿌듯), 주말 오후를 즐기는 골퍼들로 드글거릴 줄 알았으나 의외로 한가해서 첫 홀에서 조인한 크리스라는 호주사람이랑 천천히 걸어다니며 쳤다. 파 3가 좀 많아서 전체적으로 짧게 느껴질 뿐 절대 만만한 골프장은 아니었다. 그린은 예상밖으로 매우 빨랐고, 페어웨이 잔디의 관리상태도 괜찮았다. 특히 마지막 16, 17, 18번 홀은 이전 홀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어렵기도 하고 레이아웃도 꽤 멋진 그런 홀들이어서 라운드를 끝내는 상황을 아쉽게 만든다.

바로 옆으로는 차들이 빵빵거리는 길이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오면 3층짜리 연습장과 분위기 괜찮은 카페도 있다. 전날 가본 The Coast에 좀 실망한 참에 모처럼 기분좋은 라운드여서 혹시 다시 시드니에 올 기회가 생기면 무어파크에 아침 일찍 와서 18홀을 돌고, 밥먹고 나서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는 어째 맘에 드는 도시는 아닌데 이제 뭔가 할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뿌듯). 홈페이지에서 연혁을 읽어보니 역사도 오랜 골프장이다. 20세기 초반에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한 McMillan 형제가 처음 만들었다고 하며, Moore Park라는 공원의 역사는 그보다도 백년쯤은 더 거슬러올라가야한다고 한다. 코스가 18홀로 확장된 것이 1922년이고 (다른 리뷰에서는 설계자가 Carnegie Clark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아마도 이 시기의 얘기지 싶다), 1937년에 Eric Apperly가 지금같은 파크랜드 스타일로 재설계했다고 한다. 다시 찾은 무어파크는 이전 기억보다 더 훌륭한 코스였다. 공원이니까 호수같은 해저드는 없고, 페어웨이가 평평하지만 GIR과 투펏은 쉽지 않은 설계다. 시드니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공을 날리는 5번 홀이 전반에서는 인상적이었고, 특히 후반 16, 17, 18번 홀들은 꽤 괜찮은 레이아웃과 경치라 (특히 접근성과 가격을 고려하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시내에 있지만 그리 붐비지도 않아서 더욱 맘에 들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에 호주달러로 59불 (walking 요금)은 거저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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