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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일정의 이틀째인데 오전에 회의를 하고는 서둘러 호텔을 탈출한다. 어제의 경험상 호주의 5월은 해가 6시면 다 져버린다는 것을 알았고, 택시도 호텔에서 잡아타고 가느니 아예 우버로 예약해놓은 상황이다. 이날 가려는 곳은 시드니 북동쪽의 맨리비치에 인접한 Long Reef 골프클럽이었는데 아침부터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결국 그냥 가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종일 토너먼트가 있어서 티타임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그저 만만한 Moore Park에나 가보자고 우버를 다시 잡았는데 기사가 바로 옆에 훌륭한 9홀 코스가 있는데 뭐하러 거기까지 가냐며 소개해준 곳이 바로 여기 Warringah 골프클럽이다. 개인적으로 9홀은 별로였지만 도로옆으로 보이는 초록의 잔디가 나쁘지 않아서 9홀 그린피 20불을 기꺼이 지불했다.

그런데 막상 1번 홀에서부터 시작하자니 뭔가 이상하다. 블루티에서 파 4 홀들이 400미터나 되고, 심지어는 200미터 파 3도 있는 나름 훌륭한 코스다. 스코어카드를 꺼내어 들여다보니 여기는 총거리가 5400 미터나 되는 파 70 정규 골프장이다. 아마 우버 기사아저씨가 뭔가를 착각했지 싶은데 아무튼 20불짜리 18홀을 친다. 홈페이지를 보면 1935년에는 9홀로 만들어졌다가 2차대전 이후에 18홀로 재개장했다는데 설계자는 찾을 길이 없다.

평지에 조성된 코스인데 페어웨이 양측으로는 나무가 빽빽해서 쉽지가 않다. 관리상태는 좋은데 나는 키쿠유 잔디 페어웨이는 늘 어렵게 느껴진다. 뗏장이 이쁘게 떠지는 것도 아니면서 정확한 타격이 아니면 낭패를 겪는다. 앞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식이라 공이 조금만 벗어나면 나무밑에서 찾거나 옆 홀의 페어웨이로 가서 다음 샷을 해야하는 식이다. 그래도 연습장이다 생각하고 치려니 처음 두번의 더블보기 이후에 13개 홀을 연속으로 보기행진. 투온이니 버디니 그딴것보다 공이 제대로 맞는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4시간동안 백을 들쳐매고 다녔어도 기분좋은 피곤함에 아주 만족스러운 시드니 여행이었다 생각하며, 나를 이리로 데려다준 미스터 우버에게 맘으로나마 감사했다.

 

골프장에 오리가 아니라 앵무새가 돌아다니는 것이 역시 호주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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