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cutters Ridge, Colebee, Australia

맨날 하루짜리 회의로만 왔던 호주 시드니에 이번에도 이박사일 회의를 위해 왔는데 오후에 짬을 내어 골프를 칠 생각으로 골프백을 짊어지고 왔다. 직항 국적기를 타면 시드니 공항에 오전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서두르면 이틀간 운동도 가능하다. 도심에서 가깝고 쉽게 부킹이 가능한 몇몇 골프장은 이미 대부분 가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돈을 들여서라도 New South Wales 골프클럽을 가볼 생각이었는데 저번에 호텔 컨씨어지에서 들은 정보로는 NSW 클럽도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는 퍼블릭 부킹이 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 이 나라는 명문 회원제라도 해외에서 오는 방문객에게는 개방하는 경우가 많고, 이 유서깊은 명문코스에서라면 호주달러 300불도 아깝지 않겠으나 막상 전화를 하니 당일 예약이어선지 불행히도 빈 티타임이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고른 곳이 시드니 북서쪽의 Stonecutters Ridge 골프클럽이다. 호텔의 컨씨어지에서는 St Michaels나 The Coast를 추천하는데 다 전에 가봤던 곳들이라 내가 직접 인터넷을 뒤져가며 고른 곳이다. 이번에 호텔 컨씨어지에서 문의하면서 보니까 LuxGolf라는 현지 여행사에서 하루짜리 패키지가 왕복 리무진과 그린피까지 다 해서 NSW는 300불 수준, The Australian 같은 곳도 400불선에서 가능한 것을 보았으니 다음에는 그렇게 와도 좋겠다. 아무튼 호텔에서 택시를 부탁하며 Stonecutters Ridge에 간다고 했더니 거기 정말 좋은 곳이라며, Greg Norman 설계라 끝내준다고 해서 더더욱 기대된 골프장이다.

호텔에서 택시로 한시간 가까이 걸리니까 골프비용보다 왕복교통비가 더 드는 곳인데 입구에서부터 근사해보여서 오길 잘했다 싶다. 그런데 미리 확인하지 않고 온 탓이겠으나 오전에는 멤버스 토너먼트가 있어서 안된다고 해서 (택시는 이미 보내버렸는데..ㅠㅠ) 멘붕. 프로샵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있노라니 옆에 있던 늙수그레 할아버지가 자기가 초청하는 것으로 해서 치면 되겠다며 조인을 시켜준다. 호주 사람들에 대한 내 편견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고, 덕택에 평일 그린피 50불만 내게 되었으니 이게 호주달러라서 우리 돈으로는 4만원이 조금 넘는다 (택시비로는 왕복 300불이 넘게 깨졌다).

그리하여 세명의 호주인 할아버지들, 칼, 마이크, 스티븐과 함께하는 라운드는 시작부터 슬라이스로 OB다. 비교적 넓직하고 평탄한 코스인데 Greg Norman의 심술은 여전해서 적절한 위치에 깊은 벙커와 해저드가 괴롭힌다. 그래도 세컨샷으로 우측의 해저드를 넘겨 200야드를 쳐야 그린에 도달하는 3번 홀에서 투온으로 버디, 이어 5번홀은 반대로 우측 해저드를 220야드 캐리로 넘겨야 간신히 페어웨이에 도달하는 식인데 여기서도 투온에 버디를 했으니 이후에 계속 공을 잃어버리며 스코어를 까먹었어도 행복한 라운드였다. 비교적 작고 평평해보이는 그린은 대신에 무지 빨라서 여간해서는 투펏도 어렵다.

동네 할아버지들 토너먼트니까 4시간 반의 라운드는 아주 양호한 편이었는데 끝나고서는 불러도 오지 않는 택시를 30분 넘게 기다려서 호텔로 돌아와서 씻고나니까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그린피 50불이라도 다 하면 30만원돈이 들어가는 라운드라 이런 식이면 굳이 멀리까지 와야했을까 싶기도 하다. 차라리 차를 공항에서 렌트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예 여행사에다 의뢰해서 다녀도 이것보다는 싸겠다. 그래도 내일 오후에는 또 어디를 가볼까나 그딴 생각이 금새 드니 이것도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