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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몇번 골프를 쳐봤지만 느낌은 그때마다 좀 달랐다. 워낙 골프장도 여기저기 많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대개의 퍼블릭은 (정규홀이라고 부르기 뭣하게) 파 70이 채 안되는, 전장도 4천에서 5천미터 정도로 짧은 곳들이 많다. 막상 가서 쳐보면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드는데 어디를 갈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다보면 4,500미터 파 66 골프장입니다 그런 문구를 보면 어째 가기가 싫어진다. 회의를 위해 2박 3일의 일정으로 들른 호주 시드니에서 도착하자마자 근처 퍼블릭에서 한번 공을 쳤고, 다음날은 좀 좋은 곳에서 쳐볼 생각으로 호텔 컨씨어지에 얘기를 했더니 NSW 골프장과 이곳, St Michaels를 추천해준다. 좋은 골프장이라고 알고 있었고, 그린피도 생각보다 괜찮았기에 방문. 시드니 다운타운에서 차로 20분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Little Bay라는 동네의 바닷가 절벽을 따라 세군데의 18홀 골프장이 연이어 있는데 St Michael's, The Coast, NSW 골프장이다.

요즘에는 추운 겨울에 굳이 골프장에 가야하나 생각으로 연습장만 다녔다. 2월말이나 3월 초순 정도가 되면 동계훈련의 성과를 점검하는 라운드나 한번 하겠거니 그러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주 시드니에서 미팅이 하나 잡혔고, 금요일 오전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오는 일정임에도 이건 마치 하늘의 계시처럼 느껴진 기회였다. 거기에다가 일요일 오전 비행기로 귀국하도록 일정을 하루 연장했으니 적어도 두 번의 라운드는 가능하게 되었다. 서울은 겨울이지만 호주는 반대로 여름이 시작이라 경치와 잔디상태는 그렇잖아도 최상. 바닷가를 따라 펼쳐진 이 골프장은 잔디를 얼마나 잘 관리해놨는지 페어웨이는 다른 웬만한 골프장의 그린 수준으로 단단해서 공이 떨어지면 한없이 굴러간다. (여기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호주의 골프장에서는 외국인이라고 그러면 그린피를 더 비싸게 받는다. 덕분에 처음 호텔에서 전화했을 때보다 조금 더 비싸게 돈을 줬는데 사람도 없고 워낙 경치가 좋아서 두번 (36홀) 돌았으니 비싸게 친 것은 아닌듯.

여지껏 호주 도시는 멜번과 시드니만 가봤으니 이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겠냐마는 한 열번도 더 방문한 시드니의 기억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래서 별로 또 가고픈 도시는 아니었는데 골프에 빠져든 이후로는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계절에 공항에서 시내가 가깝고, 골프장이 주변에 많아서 겨울에라면 언제라도 오케이 그러는 도시가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골프 말고는 별로 끌리지 않는 나라). 시드니 공항에 내려서 회의 장소인 Parkroyal Darling Harbour 호텔로 이동하여 대충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써머타임이니까 얼추 저녁 8시까지는 공을 칠 수 있겠구나 하면서 택시를 타고 간 곳은 작년인가 갔었다가 경치에 반하고 코스에 좌절했던 코스인 St Michael's 골프장이다 (2013년 12월에 갔었으니까 당시는 여름이 시작할 무렵, 이번에 2015년은 더위가 절정일 시기). 시드니 시내에서 15분쯤 내려가는 바닷가에 있는 퍼블릭이지만 예전 경험으로 워낙 어려운 곳이라 스코어가 좋을 골프장이 아니어서 그냥 걷고 공을 치는 재미 이상은 기대하지 않았으나 겨우내 갈고 닦은 스윙이 드디어 결실을~

연습장에서 이제 아이언은 곧잘 맞추고 있고, 드라이버도 똑바로 200미터 그물망을 맞추는 수준이 되었지만 필드는 또 다르니까.. 1번 홀에서부터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하는데 양쪽으로 나무가 빽빽할 뿐 똑바로 뚫려있는 340미터 파 4 홀에서 투온 투펏으로 상큼한 출발. 특히 세컨샷으로 하이브리드나 우드를 잡지 않고 온그린해본 것이 언제였었나 싶었기에 불안했던 기분은 이제 기고만장으로 바뀌었다. ㅋㅋ 더구나 지난번에 왔을 때 수없이 OB를 내다내다 어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며 공 수십개를 날려버렸던 4번 홀에서 이번에는 버디~ 물론 이후에는 (전에는 잘 맞던) 하이브리드나 숏게임이 시원찮아서 역시 핸디귀신은 어쩔 수 없나보다 했어도 다가오는 시즌이 한껏 기대되는 라운드였다. 다만 오랜만에 카트를 타지 않고 걸었더니 후반에 급격하게 체력이 방전됨ㅠㅠ. 한여름의 절정인 호주 시드니는 덥기도 했지만 화창해서 정말 오길 잘했다 싶었고,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간 오발탄의 양대창은 일단 가격이 한국에 비해 착해서 그야말로 마음껏 먹었다. 시드니 다운타운에 한식당들이 몰려있는 부근은 늘 어려보리는 동양인 취객들로 바글거려서 별로 좋아하는 동네는 아닌데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도 상쾌해서 골프 하나로 기분이 180도 달라진 어제와 오늘이 신기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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