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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드니에서의 하루짜리 회의는 아주 익숙해져서 언제나처럼 골프칠 준비를 해가지고 간다. 대한항공이 오전 7시경에 도착하니까 골프 한번이면 알찬 하루가 되는데 문제는 금요일 오전이라 웬만한 퍼블릭 골프장은 단체팀이 있거나 토너먼트로 나같은 방문객을 (호주에서는 Social 골프라고 부르더라)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번에 두어번 헛걸음을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만만한 Moore Park나 가야지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무작정 찾아갔더니 역시 오후에나 받아준다는 답변. 다시 우버를 불러서는 거기서 5분쯤 더 남쪽인 Eastlake 골프클럽으로 간다. 여기도 1930년에 개장한 시드니 시내의 퍼블릭인데 예전에는 제껴두었던 것이 전장이 5,500 미터 정도라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같은 짤순이 골퍼에게는 긴 코스가 반가울 리가 없는데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짧으면 (같은 돈을 내고)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바로 옆에는 호주에서 손꼽히는 명문 회원제인 The Lakes와 Bonnie Doon 골프클럽이 있다. 둘 다 비싸서 그렇지 여행사를 통하면 여행객을 받아주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번 가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설계를 누가 했는지 찾을 수도 없는 이 골프장은 위에서 짧으니 어쩌니 했지만 언덕을 오르내린다. 아까 프로샵에서 그린피로 호주달러 30불을 치를 때 프로가 "처음 방문이시면 카트를 타시는 게..." 어쩌고 했는데 카트 빌리는 값이 35불이니 배보다 배꼽이 크네, 짜식들 어수룩해보인다고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이랬던 것이 살짝 후회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전인데도 벌써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라 오늘 육수 꽤나 빼겠구나 싶었다. 첫 홀에서 좀 거만해보이는, 전형적인 호주 백인아저씨와 조인하고서는 티샷을 시작했는데 빨랫줄같은 샷에 스스로도 좀 놀랐다.

여기도 역사가 오래인 퍼블릭 코스답게 나무가 울창하고, 바로 인근에 대도시가 있음을 잊어버릴 경치다. 초반에는 전장이 280 미터 정도인 파 4 홀들이 이어지길래 좀 심심했으나 짧다고 파가 나오는 것은 아니어서 그린을 노리는 각도에 따라 나무가 가려지기도 하고 블라인드 홀이 되기도 한다. 반면 파 3와 파 5는 좀 길어서 버거운데 뒤로 가면서부터는 도그렉에 고저차까지 심하니 쉽지 않았다. 그래도 보기의 연속에서 버디가 두개 나왔으니 그럭저럭 선방에 새로운 코스를 하나 더 정복했음에 만족스럽다. 끝난 시각이 오후 12시반이고, 호주는 아직 해가 긴 여름이라 한번 더 돌고도 싶었으나 일단 호텔로 들어가서 씻기로 했다. 내일은 오후에 Moore Park에나 (여기가 시드니 시내에서는 베스트)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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