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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예전에 (잔디가 누럴 때) 가보았지만 별로였어서 다시 가고싶지 않던 골프장의 업데이트. 우리나라 골프장들을 다녀보니까 최근 진정한 골프 8학군은 충북 음성, 진천 등에 걸친 동네가 아닐까 싶다. 용인 끝자락이나 안성, 이천, 충주 등까지를 아우르면 정말 골프장 천지에다가 충청북도로 넘어가면 그린피도 착해진다 (게다가 용인 골프장을 갈 시간에 한 30분만 더 가면 웬만한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충북 진천에 히든밸리라는 퍼블릭 27홀 골프장이 있는데 KLPGA 히든밸리 오픈도 몇년동안 했던 것을 보면 그리 나쁜 골프장은 아닐 것이지만 처음 여기를 가본 것이 2017년 겨울인데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히든/밸리/스카이 이렇게 9홀씩으로 되어있는데 관리상태와 경치는 꽤 좋았으나 좀 심하게... 너무 어려웠다. Golfshot에 기록된 당시의 스코어를 보니까 한 12번 홀까지만 스코어를 적다가 이후에는 아예 기록이 없는데 아마 그냥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라운딩을 끝마쳤던 것 같다. 도대체 설계자가 누구인가 홈페이지를 둘러봐도 "대한민국 토목건축대상 수상" 어쩌고 얘기만 나오고 설계자의 이름은 나오질 않는다 ("삼보기술단"이라고 적혀있긴 한데 이 회사의 회장님 성함이 DHL인 모양). 철학이나 경험 그딴거 필요없고 그냥 어렵게만 만들어보자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도 죽을 쒀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저 아래에 벙커를 보면 (나름 그린을 낙타 모양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한 모양인데) 명물이네 싶기보다는 이게 과연 골프장인가? (골프장에 장난을 쳐놨네..) 그런 생각이 든다. 몇번 홀인가는 페어웨이 벙커를 회장님 성함의 이니셜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아마 스카이 9번일 것인데 그전에 5번쯤에서 내려다보면 잘 보임) 회장님께서는 라운딩할 때마다 뿌듯하실런지 모르겠으나 돈을 내고 그 이름을 바라보고 공을 쳐야하는 입장에서는 참 기가 막힌다. 언제 한번쯤은 다시 가볼 수도 있겠지만 나서서 부킹해서 가고싶지는 않은 골프장이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하루전 번개 라운드로 충북 어디쯤에서 골프를 치려다보니 여기도 다시 가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할 시기라 어디라도 뭐 어떠냐 심정도 있고, 예전보다는 공이 잘 맞으니까 다시 가보면 좀 다른 느낌을 받으려나 생각도 있었다. 그리하여 금요일 오후에 충북 진천까지 내려가서는 스카이/밸리 코스의 18홀을 돌았는데 이제는 코스가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황당하게 어려운 홀들이 있는 것은 맞는데 경치와 레이아웃이 드라마틱해서 화가 나기보다는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코어보다는 어디로 쳐야 죽지 않겠구나, 리커버리하려면 저쪽으로 가야겠구나 고민하는 타겟골프의 의도를 슬슬 깨닫고 있다. 엄청나게 커다랗고 (거기에 경사도 심하고) 빠른 그린도 맘에 들었다. 캐디에게 듣자니 낙타모양 벙커나 회장님 성함 벙커가 있는 스카이 코스가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밸리/히든의 순서로 도는 것이 원래의 골프장을 느낄 길인가보다 (다만 밸리코스 6번은 붕어모양 파 3니까 이쪽도 좀 장난친 분위기). 이번에는 잔디의 상태나 경치도 다 좋게 보여서 아주 엉터리는 아니다 싶었으니 가성비를 따진다면 앞으로도 종종 여기를 올 것이다. 충북 음성, 진천 이쪽에는 양질의 골프장들이 상당히 많아서 나이가 더 들면 직장을 이리로 옮겨서 골프나 실컷 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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