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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부여라는 곳을 내가 가볼 일이 평생에 있겠냐마는 골프장 때문에 가본다. 백제 cc는 2008년에 문을 연 대중제 골프장인데 사비/웅진 코스의 18홀로 운영되다가 2016년에 한성 코스를 추가하여 총 27홀이다. 누가 설계했는지 찾다보니 세림골프CM에서 만들었다고 어느 기사에 나와있었는데 그렇다면 임충호 씨가 만든 것이다. 이분이 만든 다른 골프장으로는 스카이밸리나 로얄포레가 있는데, 전반적으로는 어렵지 않으면서 뜬금없이 아주 어려운 홀들이 튀어나와서 나름 고민해서 공략하게 만드는 식이었다. 우리는 토요일에 백제 cc를 치고, 일요일에는 클럽디 금강을 가는 스케줄이어서 첫날은 그저 (내려가는 길에) 워밍업 정도로 잡은 것인데 비록 오전에 비가 와서 살짝 쌀쌀했으나 우리가 돈 웅진/사비 코스는 기대대로 어렵고도 예쁜 코스였다.
그런데 만만했던 홀이 별로 없었다. 파3 홀들에서 매트가 깔려진 티박스와 느린 그린은 저렴한 가격으로 용서가 되고, 5월초의 푸른 하늘과 잔디도 좋았지만 매 홀마다 다른 느낌으로 공략해야하는 디자인이었다. 이런 식을 싫어하실 분들이 분명히 많이 계실 것인데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워낙 산악지형이라 홀마다 공략에 신경써야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경치가 좋아서 더블보기가 속출했어도 즐거웠다. 좌측에 페어웨이 벙커가 인상적인 웅진 5번이나 좌측 도그렉에 심한 오르막인 웅진 9번 등은 나중에 다시 챠보고싶어지는 경치였다. 후반인 사비 코스에서도 내리막 도그렉인 홀들이 나오는데 7번 등에서처럼 줄지어선 동그란 벙커가 시각적으로 근사했고, 막상 페어웨이로 내려가보면 이리로 쳤어야하는구나 깨닫게 된다. 어려워도 재미있었고, 요즘같이 전국의 골프장들이 성업인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저렴해서 나중에 꼭 다시 방문해 한성 코스까지 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