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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우정힐스

hm 2023. 7. 18. 09:12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는 국내에서는 탑텐에 항상 들어가는 좋은 골프장이고, 매년 한국오픈이 열리니 어렵기까지 한 코스다. 회원제여도 부킹이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어서 나는 지금까지 대여섯번이나 가보았는데 천안에 지인이 몇몇 있어서 종종 기회가 생긴다. 어려운 코스라고는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더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 쉽다고 스코어가 더 잘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스의 레이아웃이 까다롭고 벙커가 무시무시해서 그렇지 거의 OB는 나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서 공도 잃어버리지 않고 나름 좋은 기억으로 남던 곳이다. 막상 쳐보면 Perry Dye의 설계와 우정힐스 경영진의 고집이 이 골프장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구나 수긍이 가는데 잔디의 상태만 봐도 여느 골프장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후배인 임** 선생이 이글 두개를 포함해서 74타를 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도 우정힐스였다. 천안이라고는 해도 강남에서 출발해서 경부고속도로만 잘 뚫려준다면 한시간반만에 목천 ic까지 간다. 평일 비회원 그린피도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오랜만에 초청을 받아 다시 천안까지 내려가는데 평일이지만 연휴 전날이라 고속도로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떠난다. 아무래도 운전을 오래 하면 몸이 뻑적지근해서 첫 티샷이 제대로 맞지 않는데 이 고비만 넘기면 이후는 순탄하다. 이날의 동반자들이 장타자라서 거리냐 숏게임이냐 싸움인데 내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켜주는 경우) 대개 나의 승리다. 골프가 서로 경쟁하는 운동은 분명 아닌데 다들 잘치고 나만 못치는 경우에는 정말 힘든 하루가 된다. 스코어를 지키려면 그린을 노리는 샷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며, 아마추어의 파는 tv에서 보는 프로들의 버디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파를 노리지만 보기로 막아내도 잘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럭저럭 80대 타수는 나온다. 더블보기는 한두개쯤 나올 수도 있지만 트리플 이상은 곤란하다. 물론 아마추어는 벽맞고 굴러굴러 만든 버디보다는 잘 쳤는데 아쉽게 해저드로 들어간 더블보기가 더 행복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골프장들이 다들 자기네는 상벌이 뚜렷하다고 주장하지만 우정힐스는 보기를 감수한다면 아주 쉬운 코스가 되고, 파나 버디를 노리는 자에게는 무지 어려운 코스가 된다.

우정힐스의 모든 홀들은 다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유독 눈에 담아두고픈 홀들이 몇몇 있다. 짧은 오르막이라 기회의 홀일 수도 있는 6번은 우도그렉 꺽이는 지점의 벙커를 굳이 넘기려고 하지 않아도 수월한 어프로치를 하는데 높게 솟아있는 그린에서 조금만 공이 우측으로 가면 와르르 무너져버릴 디자인이라 재미있다. 우정힐스에서는 9번이 실제로는 핸디캡 1번일거다 다들 그러는데 티샷부터 어프로치까지 무조건 오른쪽으로만 쳐야한다. 좌측의 해저드 안쪽으로 벙커가 있으니 잡아주겠지, 뭐 그런 거 없다. 그린에 공이 떨어지면 무조건 뒤로 굴러가버린다. 반드시 그린 우측으로 올려서 공이 굴러굴러 온그린하는 것이 베스트인데 보기만 해도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욕심내지 않고 보기를 목표로 했더니 원펏으로나마 파를 만든 것은 돌이켜 생각해도 뿌듯하다.

후반에서는 일단 11번이 재미있었다. 대회때는 파 4로 운영되는 롱홀인데 티샷은 그저 앞으로 힘껏 치면 되지만 세컨샷 지점에서 좀 고민이 생긴다. 나로서는 투온은 무리고, 쓰리온을 노리지만 엉거주춤 비스듬한 라이에서 우드를 잡을 필요는 없다. 여기도 무조건 그린 우측을 노려야하는데 그린이 역시 단단하기 때문에 웨지 풀샷을 할만한 거리를 남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Dye 코스의 상징과도 같은) 아일랜드 그린인 13번을 지나 마지막 서너홀은 정말 정신차리고 쳐야하는 홀들이다. 덥다고, 지쳤다고 대충 쳤다가는 와르르 무너질 수 있게 타이트하다. 자칫 실수가 양파로 이어질 17번과 18번에서 아마추어는 보기만 해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린 좌측으로 벙커가 계속 이어지는 18번에서 어프로치가 밀려서 모래에 들어갔고, 거기서 샌드세이브로 파를 잡은 것이 이날의 내 하이라이트였다. 비가 살짝 내리는 날씨였어도 여전히 빨랐던 그린도 좋았다. 명문 골프장답지않게 팀을 많이 받았는지 좀 밀렸어도, 젖은 몸에 샤워를 간단하게 끝나고 병천의 순대집을 들러 귀가하니까 행복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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