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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비에이비스타

hm 2024. 7. 24. 05:15

경기도 이천의, 주변으로 골프장 천지인 지역에서 백암 cc라는 이름으로 2003년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지금은 63홀 대규모인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골프를 좀 쳤다는 사람치고 좋게 말하는 이가 없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처음에 36홀이던 골프장을 좁히고 늘리고 하면서 63홀까지 확장한 것이고, 예전에 몇번 갔을 때에도 어느 구석인가는 계속 공사중이어서 처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결국 마지막으로 추가된 9홀의 이름이 누보 (Nuovo) 코스다. 회장님이 병을 앓고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는 식의 소문도 돌지만 아무튼 지금의 모습을 원래 설계자인 김명길 씨가 본다면 분명 화를 내거나 부끄러워할 것이다. 평일에도 시장바닥처럼 복잡하고, 산악지형에다가 억지로 홀들을 끼워넣은 형태라서 좁고 어렵다. 최근 카트사고, 공에 맞아 동반자가 사망한 사고 등으로 가뜩이나 높았던 악명을 드높인 것으로도 유명. 지도를 펼쳐보면, 남이천 ic 옆으로 에이치원 (예전의 덕평) 18홀, 비에이비스타 54홀, 웰링턴 27홀, 뉴스프링빌 36홀, 써닝포인트 18홀이 나란히 늘어섰는데 같은 산자락이라 비록 설계자가 달라도 비슷한 풍광이다. 산기슭에 계단식으로 쌓은 페어웨이라서 타겟골프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저 한쪽은 오비요, 반대쪽은 해저드입니다 소리를 들으며 치는 곳이다. 참고로, 63홀 중에서 9홀씩 끊어서 몬티, 라고, 벨라, 비스타, 누보까지가 회원제이고, 보나/호박 코스가 퍼블릭이라고 하지만 어떤 코스로 배정될 지는 체크인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평이 나빠서 기대치를 한껏 낮추고 방문하는 골프장에서 의외로 즐거웠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비에이비스타는 코스나 운영철학, 캐디들 모두가 문제이기 때문에 생각한 그대로다. 갈 때마다 내가 다시 여기를 오나봐라 했지만 회원가로 치는 기회가 종종 생겨서 온다. 게다가 남이천 ic가 생긴 이후로는 접근성도 좋은 골프장이다. 다들 욕하면서도 (불매운동은 커녕) 언제나 풀부킹에 가까운 모습을 보면 과연 배짱부릴만 하구나 싶기도 하다. 이번에도 모임에서 단체로 오는 거라서 왜 하필 거기냐 말들이 많았으나 아무튼 좀 저렴하게 치겠거니 심정으로 왔다. 더위와 장마가 절정일 7월 하순의 주말이라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그린피가 비쌀 시기긴 했다. 이날 나는 비스타로 시작해서 라고 코스로 18홀을 돌았는데 골프장에 대한 기억력이 매우 뛰어난 나로서도 예전에 어디를 갔었는지 그저 생소하다 (그나마 예전에 보나/라고의 순서로 돌았던 당시의 사진이 남아있어서 아래에 추가했다). 오랜 장마로 행동반경이 위축된 요즘에는 어디라도 잔디에서 공을 칠 수만 있으면 감사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좋은 시기에 친한 동료들과의 라운드니까 어디면 어떠냐 그런 생각이었다. 다만 나는 골프장 후기를 적으면 18홀 코스마다 글 하나씩 배정하지만 비에이비스타는 어떤 코스의 조합으로 돌아도 비슷한 경험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몬티/벨라도 한번쯤은 쳐보고 싶다).

한여름에도 반바지 불허라는 (정 입으려면 무릎양말을 신으라는) 방침은 여전히 라커 입구에 붙어있어서 마치 자기네가 고급 골프장이라는 마지막 자존심이 애처롭지만 이번에 가보니 그냥 반바지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티박스도 오직 화이트가 맨 뒷편인데 그나마 회원제 코스라서인지 잔디에서 티샷한다. 그런데 요새는 어디를 가더라도 잔디를 밟으면 무조건 행복해서 (심지어) 비에이비스타라도 즐겁다. 초록이 절정인 경치에 공도 비교적 생각대로 맞아줘서 재미있게 쳤다. 코스는 원래도 밋밋하고 평범했지만 어디를 어떻게 고친 것인지 Golfshot 등의 gps 앱은 물론이고 카트에 달려있는 스마트스코어 화면과도 달라져 있었다. 파 5인줄 알았더니 파 3가 되어있기도, 그린까지 200미터를 캐디가 불러주는데 앱에서는 120미터이기도 했다. 그냥 샷 연습하는 퍼블릭이려니 생각하면 되겠는데 초대받아서 놀러나온 나야 그렇다지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회원권을 사신 분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무리 주인 맘이라지만 이래도 회원들 사이에서 별탈이 없을까 의아했다. 내장객들의 불만과 컴플레인에 익숙해있을 캐디는 그저 내 일만 한다는 식으로 무뚝뚝했고, 코스에 대해 물었더니 귀찮은 듯이 매번 새롭다고 좋아하시는 회원님들도 많으셔요 한다. 나는 회원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그나마 클럽하우스 음식맛이 좋았던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아래 사진들은 예전에 찍었던 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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