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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의 The Players 챔피언십에서 이름을 따왔을 (심지어는 로고도 비슷) 이 골프장도 남춘천 ic를 나가서 금방이니까 (고속도로가 막히는 주말만 아니라면) 서울에서의 접근성은 아주 좋다. 전자제품 양판점인 하이마트에서 만들어서 원래는 엔바인 리조트라는 회원제 27홀로 해보려고 했던 모양인데 (엔바인이 들인 돈 날려버린 스토리는 나름 유명하다) 때를 잘못 만나서인지 결국 퍼블릭 골프장이 되었다. 몇년전까지는 춘천쪽 골프장에 열심히들 다녔었는데 한동안 뜸했다가 이번에 다시 비는 시간을 찾아 평일 오후에 간다. 레이크/밸리/마운틴 코스로 이름지어진 27홀이고, 코스의 설계는 송호 디자인에서, 조형설계는 권동영씨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회원제라서 좋고 퍼블릭이라서 나쁘고 대신에 싸고 그런 것은 아니어서 그냥 골프장 그 자체로 판단할 뿐이다. 평일에는 특가가 종종 떠서 가볼만하고, 예전에 갔었던 기억에는 그린이 별로였고, 법면에 박힌 공은 무벌타 드롭입니다 이런 로컬룰에 기가 막혔던 기억이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서 보니까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모를) 대한민국 10대 퍼블릭에 선정되었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더플레이어스는 절대 그정도 수준이 아니었어서 웃음만 나왔다. 그래도 이제 경춘권에 골프장이 많이 생겨서 경쟁도 있을테니까 서비스나 코스관리가 좀 나아졌기를 기대하면서 친다. 경춘고속도로는 처음 개통한 당시만 해도 막히지 않아서 좋았는데 몇년전 양양까지 연장한 바람에 주말에는 대단히 혼잡해졌다. 물론 평일 오후라면 큰 걱정이 없다. 요즘에는 돈이 딸려서 주말의 골프는 자꾸 사양하게 된다. 나는 다행히도 평일 오후에 시간이 종종 나지만 일주일 내내 바쁜 자영업 친구들이랑 치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주말만 된다. 그들에게는 한달에 몇번 정도겠으나 이게 모이면 나는 거의 매주가 된다. 평일이라면 좀 싼 골프장을 찾아갈 수 있지만 여기, 더 플레이어스만 해도 평일 오후에 그린피가 (할인해서도) 10만원이니까 카트, 캐디피까지 하면 부담스런 액수가 된다. 까짓거 인생 뭐있냐 심정으로 지금까지 골프를 쳐왔는데 다행히 아직은 쪼들릴 경제상태가 아니라 감사하지만 우리나라 골프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늘 한다. 차도 바꿔야하고, 골프채도 좀 신제품을 써보고싶은데 아무튼 중년 남성의 취미치고는 좀 과하게 용돈을 쓰고있는 셈이다.
우리가 이날 치는 코스는 레이크/마운틴의 순서. 이번이 네번째 방문인데 기록을 보니 전에도 이 조합으로만 쳤었으니 밸리 코스는 구경도 못한 셈이다. 몇일간 비가 내린 후라 수증기가 올라와서 시야가 좀 뿌연데 연습그린에서 공을 굴려보니 아주 빠르지는 않아도 잘 굴렀다. 레이크 1번 홀에서 내려다보니 내 기억이 맞나 싶게 아름답고 넓은 페어웨이가 나타난다. 페어웨이가 둘로 갈라져있지만 장타자라면 왼쪽의 벙커를 넘겨서 두번째 페어웨이까지 티샷을 보낼 수 있는 2번부터 의외로 재미있네? 싶은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9홀씩 구분된 우리나라 골프장은 어느 코스를 돌더라도 비슷한 느낌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는 레이크와 마운틴 코스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름 그대로 호수와 산이었다). 전반에서는 아일랜드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4번과 9번의 경치가 압권이었고, 길지만 무난하게 쓰리온을 노릴 7번도 근사했다. 후반은 마운틴 코스로 갔는데 (다행히) 오르막은 없었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는 거기서부터 산을 돌아 내려온다. 내리막 롱홀인 7번부터의 홀들이 아주 근사해서 더플레이어스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뀌어졌다. 이날, 더운 날씨에도 모처럼 공이 잘 맞아서 더 점수가 후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예전의 기억에 남아있던, 별로였던 골프장은 정말 아니어서 내 판단이 틀렸던 것인지 그사이 코스가 달라진 건지 아무튼 좋은 기억을 남기고 귀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