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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용평

hm 2020. 6. 22. 12:09

십수년만에 다시 가보는 용평은 동계올림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내 기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용평리조트에 묵었던 시절에는 거기에 스키장 말고도 골프장이 있는지 관심도 없었으나 지금은 리조트를 중심으로 4개의 정규홀이 (용평 퍼블릭 9홀까지 하면 총 90홀) 자리잡고 있다. 그 네군데가 다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알펜시아 700알펜시아 트룬은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이번에는 일박이일로 평창과 강릉을 가보기로 했다. 용평 gc는 Robert Trent Jones 2세가, 버치힐 gc는 Ronald Fream 설계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설계자들인데 이들이 평창의 산악지형을 다룬 철학의 차이를 느껴볼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코스 외적인 요소들, 전통이나 클럽하우스 등등은 1989년 개장한 용평 gc와 십년쯤 뒤에 문을 연 버치힐을 비교할 수는 없다. 특히 용평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외국인 설계자를 모셔다가 제대로 된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코스라서 당시에는 골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두 골프장은 모두 (부킹에 어려움은 전혀 없을 리조트 코스지만) 회원제라고 한다.

점심식사 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선 첫날의 코스는 용평 골프코스다. 예년같으면 긴팔에 바람막이도 걸치는 시기지만 역시 올해는 9월말까지도 반팔이다. 여기 산세는 (강원도 산골이니 당연하겠지만) 예전에 가본 무주 덕유산 cc가 연상될 정도로 험한데 티박스에서 보면 비교적 페어웨이는 넓어보인다. 거리도 짧은 편이어서 티샷의 부담이 적어지니까 골프가 더 재미있어졌는데 역시 RTJ 코스답게 고저차와 도그렉이 많다. 잘 맞은 샷이라도 어느 쪽에 떨어지냐에 따라 쉽게 온그린하기도 하고 낭패를 겪게도 된다. 지금이니까 여기도 괜찮네 정도지 여기가 개장한 80년대 후반에는 충격적인 디자인이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동반자들 중에 내가 제일 짤순이였는데 180-200 미터의 티샷이 화이트티 라운드에서는 가장 적절한 설계다. 그런데 막상 200 미터를 똑바로 보내놓으니 잘되던 숏게임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적어도 쓰리온 투펏에는 큰 무리가 없었으나 그린까지 웨지 거리가 남으니 이게 또 올라가지를 못한다. 한동안 드라이버만 연습해서 그러나 싶어서 또 연습할 꺼리가 생겼구나 이것도 즐겁다. 스코어가 그럭저럭 나왔고, 무엇보다도 여름이 오기 시작하는 평창의 산세가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와서 정말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구나 그러면서 잔디를 밟는다.

원래 이 날은 영국에서 회의가 있어 런던에 가있어야 했다. 어찌어찌 일이 틀어져 출국을 취소한 김에 일박이일 용평까지 가게 된 것이다. 전에는 출장가는 김에 한나절 시간을 내어 골프치고 하던 것이 슬슬 주객이 전도되어 회의는 뒷전이고 골프 계획만 세우는 것 같아 좀 혼란스럽던 터였다. 그리고 (이번에야 상상도 못했던 코로나 사태가 이유긴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드는지 비행기 오래 타고 낯선 동네에 가는 게 슬슬 귀찮아지고 있다. 사정이 어떻든간에 모처럼 강원도까지 왔는데 내 오랜 기억속에는 리조트 입구의 황태해장국이나 평창 시내로 나가서 먹었던 한우구이나 다 무지무지 맛있었기 때문에 운동도 식사도 청정지역에서의 하룻밤도 모두 행복하다. 숙소는 드래곤밸리 호텔인데 예전에 용평 콘도에서 자본 기억이 무색하게도 깨끗하고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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