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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강릉이라는 도시를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3,40년은 되었지 싶다. 어려서는 강원도에 피서간다고 하면 강릉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속초, 양양 등으로 갔지 강릉이나 아랫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용평 등지로 놀러갔을 때에서 여기서 차로 30분이면 강릉이에요 그런 말을 들었어도 그런가보다 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일박이일 골프로나마 다시 강릉에 가보는데 어제는 버치힐 cc에서 운동했고, 숙소는 메이플비치 호텔이다. 여기는 석탄재를 매립하던 구릉지에다 송호 씨가 디자인한 18홀 골프장인데 개인적으로 나는 송호라는 분이 만든 코스의 팬이라서 관리상태만 나쁘지 않으면 다 오케이다. 다만 강릉에서는 샌드파인이 최고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어서 거기를 가보지 못하는 것이 살짝 아쉬웠다.
아침을 먹고 나선 코스에는 풀부킹이지 싶게 사람들이 가득해서 밀릴 걱정이 먼저 들었다. 전날 비가 내렸지만 최고로 화창한 하늘이라서 날씨 핑계를 대기도 어렵다. 그래도 죽지는 말자 심정으로 치니까 대충 쓰리온 투펏을 하며 전진하는데 전반의 파 5 홀에서 잘맞은 세컨샷이 해저드로 들어가면서부터 다시 집중력이 사라져버렸다. 바로 지척이 동해인데 저멀리 바다가 보이는 홀들은 몇 없었고, 다만 평지에다가 단순한 링크스가 아니게 아름다은 경치를 만들어놓았다. 바다와 골프텔이 배경인 비치 6번과 7번이 시그너처 홀들이라고 하지만 다른 홀들도 다 근사하다. 경치는 그렇지만 물이 많고, 갈대숲으로 도그렉을 조성해서 어렵기까지 한 코스인데 샷이 좋았던 시절에 왔더라면 더 잘쳤으리라 싶어서 아쉬웠다. 이런 리조트 코스에는 전국에서 별의별 사람들이 다 골프친다고 올텐데 시종일관 싹싹하고 열심히 하는 캐디도 오랜만이었다.
멀리 강릉까지 일박이일 골프니까 당연히 즐거웠지만 골프가 요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요즘 LPGA에 진출한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이 늘상 하는 말이 "즐기는 골프"라지만 뭐든지 잘하게 되면 즐거워지는 법이다. 땅을 파고, 쌩크를 내가면서 그래 즐겨야지 경치가 참 좋구나 하는 것처럼 우스운 일도 없다. 모름지기 학원에서는 공부잘하면 장땡이고, 골프장에서는 잘치면 왕이다. 비단 프로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고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왜 안되는지도 모르는 채로 앞으로 몇달간의 숙제를 안고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