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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수도권 유일의 "해변" 골프장임을 자랑하던 김포 시사이드 컨트리클럽은 분명히 해변을 끼고 있기는 한데 바다가 눈에 잘 들어오는 코스는 아니다. 기껏해야 해병대 군인들이 훈련하는 갯벌을 옆으로 지나가는 정도인데 (뭐, 그래도 분명 바다는 바다) 그렇게 허풍을 치는 것을 빼면 나쁘지 않은 골프장이다. 일본의 어느 설계자가 만들어서 1995년에 개장하였다는데 그러나 서울에서의 (인천에서도 마찬가지) 접근성이 워낙 나빠서 사람들에게 외면받아왔을 것이나 이제는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길도 좋아질 예정이어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곳이다. 나는 2014년 정도에 한번 가봤었는데 이번에 예전의 동료들과의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한 사람이 "나 인천 송도로 이사갔으니까 가급적 가까운 곳을 잡아주셈~", 다른 한 사람은 "윗분 만나면 곤란하니까 서울 근교는 피해주셈..." 이러는 바람에 인천이나 김포나 뭐 그런 생각으로 부킹을 했다. 결론적으로 송도에서 여기까지는 상당히 멀기 때문에 잘한 선택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모처럼만에 다시 김포 cc를 방문하게 되었다.
여기 이름이 김포 cc였다가 김포 Seaside cc였다가 계속 헷갈리는데 아무튼 지금의 이름은 김포시사이드 컨트리클럽이다. 바닷가라니 말이지만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바다가 보이기는 한다. 좁은 폭이라 그냥 강 정도로 생각해야지 드넓고 푸른 바다를 기대하고 갈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이런 식의 해변가 코스가 국내에는 드물기 때문에 (아마 이십년 전에는 제주도 중문 cc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바닷가에는 골프장 허가가 나지 않았던 모양) 색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오래된 코스는 비교적 편안하기 때문에 좋은 스코어도 기대할 수 있다. 하여 우리는 아침으로 싸온 김밥을 입에 우겨넣으며 남/서 코스의 순서로 출발했다.
스코어 얘기를 했는데 지금까지 7,8년의 구력에 수백번의 라운드를 했어도 나는 종종 백돌이가 된다. 캐디가 적어주는 스코어는 내가 Golfshot 앱으로 기록하는 것에 비해 대여섯 타는 적게 나오지만 그걸로도 90대 후반이나 백타도 흔하다. 편한 코스에서 공이 잘 맞는 날이면 80대 초반도 나오지만 서너개씩 공을 잃어버리며 백타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예전에 광고에서 이보미 프로가 "백타는 이제 그만~" 외치는 것을 보면 귀가 솔깃해지는 수준이다. 그냥 내 수준이 그렇구나 수긍하면 좋겠는데 골프에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와서라도 납득을 못하겠다. 아무튼 이날 나는 김포 cc에서 모처럼만에 싸이클 버디와 아우디 파를 그려가며 80타를 쳤다. 특히 전반을 38타로 끝냈으니 나로서도 믿어지지 않은, 최근 수년간 베스트인데 아마 다음 주에는 다시 백돌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날은 티샷이 일단 잘 맞았다. 화이트티에서 쳤으나 막상 가서 보면 설계자가 의도한 자리로 공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응당 그리로 공을 보내야하는 장소로 왔으니 뒷땅이나 파닥거리는 일만 없으면 그린을 바로 노릴 수 있다. 열여덟번 중에서 10번을 그린에 적중했으니 맨날 이러면 얼마나 골프가 쉽겠냐마는... 더워진 후반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더블보기가 연이어 나온 것이 스코어카드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스무스한 진행으로 일요일 라운드 치고는 꽤 준수한 4시간반이 걸렸다. 서둘러 출발하지 않으면 올림픽대로의 정체에 고생하지 싶어서 골프장 입구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 이 멤버들로 몇년째 골프를 쳐오곤 했으나 언제나 밥값을 내가 냈다. 늘 먼저 골프치자고 제의하는 것도 나였고, 골프장 부킹에서부터 연락하는 것도 내가 해왔는데 밥도 내가 산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얘기가 아니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지만, 나만큼 골프에 미쳐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대체 왜 이 좋은 운동을?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