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in Mission Hills (Pete Dye), Rancho Mirage, CA

골프장 천지인 소위 Inland Empire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한 내 기준은 이랬다. 일단 18홀에 파 70 이상인 정규홀 코스라야 하고, 너무 뻔한 싸구려 muni는 피해야했고, 카트포함 그린피가 $50을 넘지 않아야 했다. 까다로운 것 같지만 이 기준으로도 이쪽 동네에는 그래도 가볼만한 코스들이 넘쳐나서 오히려 고민이었다. 내 짧은 미국 생활에서 얻은 교훈은 이 나라에는 비싸면 비싼 만큼 좋고, 싸면 보통 후졌는데 비싸지만 잘 찾아보면 할인받을 기회도 가끔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골프예약 사이트 몇군데를 둘러보고는 핫딜이나 프로모션 요금이 나온 코스를 먼저 예약하고, 나머지는 가서 대충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루쯤은 (예외로) 좋은 코스를 가봤으면 했고, 어차피 일요일에는 다 비싸니까 팜스프링스까지 가서 Westin Mission Hills 리조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두개의 18홀 코스가 있었으니 Gary Player 시그너처 코스와 Pete Dye 리조트 코스다. 이름 그대로 Pete Dye 설계니까 "리조트" 코스와는 좀 모순적인 느낌이지만 파 70에 좀 짧아서 그런가 싶었다. 여기나 Gary Player 코스나 그린피가 동일했는데 (대개의 의견은 개리플레이어 코스가 더 낫다고들 했지만) 검색끝에 카트를 포함해서 인당 $81 프로모션을 찾아냈으니 불만은 없다.

참고로 여기 란초미라지에는 Mission Hills 컨트리클럽이라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Westin Mission Hills 리조트와의 사이에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는 18홀 코스가 세개나 있는 회원제인 모양인데 우리가 잘 아는, LPGA 메이저 대회인 ANA Inspiration이 매년 열려서 박인비 프로가 수차례 우승한 곳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의 (우리가 방문한 Westin Mission Hills 리조트가 아님) Dinah Shore 코스다. 물론 회원제이니 우리는 가볼 수 없다.

한편으로 생각하자면, tv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챔피언십 코스라고 우리가 특히 감동받는 것은 아니다. 7,500 야드에 대회를 몇번이고 치렀다는 골프장에 간들 우리는 기껏해야 6,500 야드일 화이트티에서 치면서도 허덕이는 상황이다. 차라리 전장이 6,500 야드인 코스에서 블루티 플레이가 코스를 더 잘 이해할 가능성도 있다. Westin Mission Hills의 피트다이 코스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이거 Pete Dye 설계가 맞나? 싶게 좀 빤한 디자인이다. 멋진 홀들이 있었지만 6개 정도가 훌륭하고, 6개 정도는 지루하고, 나머지 6개는 아주 지루했다. 동남아에서나 보던 버뮤다 잔디는 일단 멀리서 보기에도 싸구려같이 보였고, 티박스는 공사를 하는지 블랙, 골드, 실버 티를 모두 하나로 묶어놓았다.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블루티 자리인 것 같았는데 거기서 레이팅과 슬로프가 70/125니까 아주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훌륭했던 몇몇 홀들을 짚어보자면, 14번부터 마지막 홀까지가 나름 근사해서 기분좋게 끝내는 라운드였다. 그럭저럭 공의 쳐가며 웃고 떠들던 우리는 물을 넘어가는 파 3 홀인 14번에서 반짝 정신이 들었다. 16번 홀은 비교적 짧지만 우측으로 휘는 도그렉 파 4인데 쫌만 힘을 주면 거의 그린까지 가지만 거기에는 커다란 워터해저드가 자리잡고 있으니 두번으로 잘라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17번도 다시 파 3 홀이었고, 저 아래로 넓직한 페어웨이로 마음껏 티샷을 날리는 18번이 가장 압권이었는데 클럽하우스를 배경으로 물을 넘어가야하는 그린의 모습을 바라보면 좋은 골프장에서 잘 쳤구나 흡족해졌다. 역시 주변의 경치는 훌륭했고, 내 생애 최초로 Palm Springs 리조트에서의 골프니까 그걸로 만족이다. 다음에 이쪽으로 올 일이 생긴다면 주변의 Indian Wells, SilverRock, PGA West, La Quinta, The Classic 클럽 등등의, 평판좋은 골프장들을 주욱 순회해봐도 (물론 돈이 허락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