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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오렌지카운티 지역은 LA에서 가까운데다가 인구도 많아서 평일에도 백불이 넘는 퍼블릭들이 많다 (비싼데도 늘 붐빈다). 여기도 금요일 오후의 정가가 만만하지 않은, 좋은 코스인데 teeoff.com에 인당 $36 핫딜이 걸려있길래 이번 골프여행의 대미로 부족함이 없겠다 싶어서 잡았다. 아버지 Harry와 아들 David Rainville이 함께 만들어서 1967년에 개장했으니 캘리포니아 골프장의 전형이라고 보면 되겠다. 백드롭에서부터 프로샵, 드라이빙 레인지까지 고급스럽고 프로페셔널하지만 인터넷의 평으로 코스 자체는 근처의 Tijeras Creek이나 Tustin Ranch가 더 낫다고들 한다 (가성비 내지는 저렴한 가격만을 쫓은 선택이지만 이쪽 동네에야 앞으로도 올 기회가 많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이번에는 Rainville 부자의 설계를 계속 접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캐슬파인이나 블루헤런에서와 같이 기존의 자연경관을 유지하며 어렵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설계자들이다. 무작정 넓어서 뻥뻥 질러도 공이 사라지지 않은 식을 기대한 동반자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그런 골프장은 싸구려 muni에서나 만나야 한다. 아름다운 코스인데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키쿠유 잔디와 버뮤다를 섞어놓아서 뭔가 샷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두가지 모두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품종이라 신발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마치 연습장 매트같다. 대신에 어두운 색에 물렁거리게 생긴 그린은 상상외로 빨라서 놀랍다. 길지 않은 파 71 코스인데 파 3가 5개, 파 5가 4개라서 3/4/3/5/3으로 끝나는 구성도 좀 어색하다. 금요일 오후라 이해는 되지만 거의 모든 홀의 티박스에서 앞 팀의 티샷을 지켜봐야했던 것도 우리를 지치게 했다.
블루티에서 6,300 야드지만 실제로는 훨씬 길게 느껴진다. 산을 타는 코스이고, 그린이 대부분 높이 솟아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어프로치를 한다. 하이라이트는 후반의 13번에서 15번인데 거의 직각으로 도는 왼쪽 내리막 도그렉인 13번에서는 페어웨이의 우측 끄트머리로 공을 보내는 것이 정석인데 거기까지가 150 야드 정도이고, 거기서부터 포대그린까지가 180 야드나 된다. 14번도 아름다운 내리막 파 3, 그리고 마지막 홀도 파 3였다. 18번 파 3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 디자인이었지만 웅장한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며 티샷을 하는 맛이 있다. 내 생각에는, 깔끔하게 잘 관리된 골프장이라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극적이고 도전적인 맛은 오전의 Shorecliffs보다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해가 거의 져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두 홀을 버디와 파로 마무리했다. 즐거웠던 4일간 8군데의 골프장을 돌아다닌 여행도 이로서 끝이다. 누구는 샷이 망가졌을 수도, 누구는 숏게임이 엄청 늘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같이 다니는 골프가 나혼자 치던 시절에 비해서는 훨씬 재미있다는 것이다. 물론 초행길에 이런저런 요구가 많은 이들을 케어하는 가이드 역할은 힘들고 지치지만, 그리고 70대를 치는 이와 백타를 깨보지 못한 동반자들이 섞인 라운드도 나름 힘들 수 있지만 이런 게 아마추어의 골프라고 생각한다. 각자 직업이 있고, 40대쯤 되어서 좀 여유가 생긴 후에야 골프를 시작한 이들이 결국 게임의 주인이다. 티샷한 공이 어디로 갔나 찾아다녀야 하고, 세컨샷으로 우드를 꺼내드는 이들이 골프를 먹여살린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6,000 야드 남짓한 코스에서 보기를 노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아마추어다운 골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이 디봇에 들어가면 조금 옮겨놓고 치자. 벙커에 박혀버려서 도저히 나오지 못할 것 같으면 벌타 하나쯤 추가하고 밖으로 던지자. 룰을 지키고 싶은 사람은 룰대로 하시고, 남의 스코어에 신경을 꺼주시면 좋겠다. 모두가 즐겁게 그리고 더 오래오래 이 게임을 즐기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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