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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에코랜드

hm 2025. 4. 12. 11:21

이름부터가 그렇게 고급은 아닌듯 느낌이 심상찮은 골프장인데 제주도에 잠시 다녀오는 입장에서는 2인 플레이, 노캐디 가능, 카트가 페어웨이로 진입, 저렴하면서도 정규코스인 곳을 찾으려면 에코랜드를 따라잡을 곳은 별로 없다. 전국 유일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골프장 뭐 이런 설명을 보면 잔디의 상태나 관리는 아예 기대를 접어야겠다 싶지만 생각외로 좋은 기억으로 돌아오곤 했다. 여기는 호텔과 놀이공원 (에코랜드?)에 딸린 27홀 골프장으로, 와일드/비치힐스/에코 코스로 이루어졌다. 설계를 누가 했는지도 찾을 길이 없으니 디자인에 돈을 들이지는 않았다 싶은데 자리잡은 위치가 곶자왈이라고 해서 아열대 정글같은 곳이라 입지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코스라고 본다. 노캐디 가능하고,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니까 예전에는 하루 27홀도 돌곤 했었고, 이번에도 화창한 금요일과 토요일로 패키지를 잡고 왔다. 캐디를 쓰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5인승 카트를, 노캐디라면 2인승 카트를 내어준다.

코스를 돌면서 보니 친환경 골프장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페어웨이는 제주도 토종잔디와 양잔디를 혼합 식재하여 그리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미국의 웬만한 퍼블릭보다는 나은 수준이고, 무엇보다도 여기가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아니면 어디 하와이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린에 군데군데 잔디가 죽은 부위가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빠르고 잘 굴러서 이정도라면 만족스러운 수준. 홀을 거듭할수록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무슨 다른 세계에 둘만이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골프를 치는 덕택에 경험할 수 있는 자연에 감탄하면서도 어떻게 이 숲에다가 골프장 짓는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홀들이 다 어렵고 근사하지만 특히 와일드 8, 9번 홀은 핸디캡 1, 2번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해저드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전진하는 묘미가 있었다. 공을 빠뜨려도 허허 웃음이 나는 아름다운 코스다. 세개의 코스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만 18홀만 친다면 나는 와일드/비치힐스를 치겠는 것이, 제주도 곶자왈의 이국적인 풍경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좋은 골프장이 왜 붐비지 않을까 의아해하며 이틀간 36홀을 다 돌았다. 기왕이면 걷는 옵션도 만들어두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무리겠고, 그간 제주도에 수도 없이 와보긴 했어도 맨날 가던 동네만 간 탓에 여기 곶자왈이라는 지형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특히 골프장을 둘러싼 숲과 야트막한 오름들은 그저 비싸고 붐빈다고만 생각하던 제주도에 대한 나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제주도에는 30개가 조금 안되는 숫자의 골프장이 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쳐본 코스는 많지 않다. 가령 비가 와서 중단했던 핀크스 등은 나중에 꼭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기기만 바라고 있다. 때문에 여기 에코랜드를 언제 다시 와보게 될런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 골프장에서 관리나 운영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물론 있겠으나 경치가 별로라고 느낄 골퍼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이 좋은 봄날에 혼자만 별세상에 와있는 것이 가족에게 죄를 짓는듯이 느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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