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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선산 cc로 불리던 시절에 한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경상북도 구미까지 골프치러 갈 이유는 없었으나 경주에 회의하러 가는 길에 들러서 골프치고 가자는 제의가 있었고, 마침 회원권이 있던 이** 선생과 함께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갔었던 것이다. 여기는 설계자가 김윤태 씨와 시노키라는 일본인으로 나와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인데 이 김윤태라는 분은 충주의 임페리얼레이크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으나 시노키라는 이가 대체 누구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일본식 정원코스를 기대하면 될 것이다. 얼마전에 골프존에서 인수해서 지금은 골프존카운티 선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쪽 동네에서는 인기가 좋다는 골프장인데 관리상태나 경치가 나쁘지 않았지만 처음 갔을 당시의 내 경험으로는 그저 넓고 길기만 했다는 느낌이었다. 저번에 갔었을 때에는 워낙 공이 안맞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정말 별로였다. 이번에 보니 당시의 소감은 그야말로 개인적인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장타자 축에 끼지 못하지만 티샷을 비교적 똑바로 잘 보내는데 그래서 좁고 짧은 코스에서 점수가 잘 나온다. 선산 cc는 레이크사이드 남코스나 88 cc처럼 넓고 길었다. 게다가 해저드나 벙커도 적고, 그린에 다가가면서 페어웨이가 더 넓어지는 식이어서 뻥뻥 지르는 골퍼에게는 천국같을 구조다. 아마추어에게는 그저 잘 맞는 골프장이 좋은 골프장인데 아무튼 당시에는 샷이 엉망이어서 고생을 많이 했었다. 십여년의 구력에서 공이 한동안 잘 맞다가도 슬럼프가 오곤 했었기 때문에 요새는 그런가보다 생각하지만 실력발휘를 하는 시기에 방문하는 골프장은 좋은 기억으로 남고, 난조일 시기에 가면 후진 골프장이네 그러는 모양.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홀들은 전후반을 마무리하는 9번과 18번인데 해저드로 상벌이 주어지는 디자인이라 그랬다.
이번에도 부산에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여기를 들리게 되었는데 느낌이 좀 달랐다. 보아하니 조만간 KPGA 대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페어웨이의 폭을 좁히고, 러프를 많이 길러놓아서 상당히 어려운 코스가 되어있었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잃어버리지 않겠지만 공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아야했고, 어프로치도 어려웠다. 여전히 단조로운 경치에 평탄한 코스였지만 그럭저럭 샷이 되니까 즐거운 라운드였다. 가끔 남쪽의 골프장에 가보면 홀들마다 홀인원이나 이글 (가끔은 알바트로스) 기념식수가 서울 근교에 비해서 많아보이는데 여기는 좀 심하다싶을 정도로 많았다. 홀인원이 쉽게 나오는 코스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성향이 좀 다른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린은 살짝 느렸어도 관리상태가 좋아서 본대로 잘 굴렀다. 다만 요즘의 문제는 내 특기였던 퍼팅이 망가진 것인데 거리감이든 직진성이든 다 시원찮아졌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홀들이 몇몇 있었는데 전혀 방해는 안되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해저드를 건너가는 2번 파 3 홀과, 위에서도 언급한 9번과 18번이었다. 산을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넓은 부지에 숲으로 도그렉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식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레이아웃이다. 쉽다고 스코어도 좋은 것은 물론 아니었는데 퍼팅도 별로였고, 무엇보다도 똑바로 원하는만큼 날아가주는 어프로치가 제일 당면한 숙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