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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와 탄금대는 내 20대 시절의 여러 추억이 묻어있는 곳인데 십수년이 지나서야 골프장을 핑계로 다시 만난다. 조정지댐도 낚시 좋아하는 선배를 따라 종종 가보았던 곳인데 당시에는 버스를 몇번이나 갈아타가며 걸어서 갔었지만 이번에는 차를 몰고 간다. 사실, 여기 개장일이 1990년이라니까 그 시절에 어떻게 충주호반에다가 골프장 허가가 났을까 싶은 입지다. 거기에다 당시에 누구를 초빙하여 골프코스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임페리얼레이크 컨트리클럽의 설계자는 김윤태 씨라고 골프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이 (비교적) 생소한 이름은 선산 cc 설계자로도 언급된다. 파인/레이크 코스인 18홀인데 레이크 코스가 해질녘에 경치가 좋다고들 해서 우리는 파인 코스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이름 그대로 파인 코스는 산자락에, 레이크 코스는 충주호반을 바라보고 친다고 했다. 바로 옆에 공군비행장이 있어서 시끄러운 게 딘점이라고들 했다.
전에 선산 cc (지금의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는 별로 잘치지 못한 탓인지 김윤태 씨의 코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편안한 디자인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저 내 공이 똑바로 가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티샷도 잘 가고, 어프로치도 괜찮았다. 최근 모든 샷이 약간씩 당겨져서 살짝 왼쪽으로 에임하곤 했는데 똑같은 스윙이지만 어드레스에서 어깨를 닫아놓는 것만으로도 공이 똑바로 간다. 관리상태도 이 시기의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대개 그렇지만 썩 훌륭하다. 약간 느려보이지만 잘 굴러주는 그린 덕택에 스코어도 좋다. 입구에 적힌 모토가 "편안하고 아름다운 골프장"이던데 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답기는 했다. 충주호를 끼고도는 호반 골프장의 느낌은 레이크 코스 세번째 홀부터 나오는데 사실 엄청난 경치는 아니지만 뻔한 산악지형 코스만 봐오던터라 감회가 새롭다. 밤낚시 가는데 너는 몸만 따라와라 매운탕 끓여줄께 선배의 그런 말에 속아서 쫄래쫄래 따라갔다가 밤새도록 한마리도 못잡고 덜덜 떨다가 돌아온 추억이 깃든 동네다.
이날의 멤버들은 몇년전부터 거의 매달 한번씩은 함께한 이들로, 내게 비는 시간이 생겨서 골프치자고 하면 언제나 함께해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모르는 사람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조인하는 라운드가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치고 싶을 때 치기가 어렵다. 돈과 시간과 동반자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일종의 갑을관계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주변에 골프친구가 여럿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다. 나중에 은퇴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골프칠 동반자가 없을까봐 괜한 걱정을 미리 하게되는데 여건이 나은 외국에서 살아야할라나 그런 생각도 종종 한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혹시라도 애독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눈치채셨겠지만 나란 인간은 뭐든지 기록하고 리스팅하는 것을 좋아한다. 골프를 시작한지 십년째, 이제 거의 900회 라운드를 넘어섰는데 내년에는 아마도 천번째 라운드를 기념할 상황이 되어간다. 그때에도 가능하다면 이날의 동반자들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