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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세종에머슨

hm 2020. 8. 5. 07:53

세종시의 회원제인 세종에머슨을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레이크/밸리/마운틴이라는, 뻔한 이름의 코스로 이루어진 27홀인데 설계자는 스기하라 테루오 (杉原輝雄; 이 사람은 일본투어에서 통산 28승을 거둔 전설적인 골퍼)라는 일본인이다. 가본 사람들은 그저그런 코스라고, 관리는 잘해놓았지만 밋밋하다고, 평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수십년전에 일본사람이 만든 골프장이니 대충 짐작이 간다) 비회원은 가보기 힘든 곳이라 한번은 가보고 싶었다. 처음에 (대전 엑스포와 맞물려 지어졌으나 정작 엑스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고 함) 개장할 때는 엑스포 골프장이었다가 거평그룹에 팔려서 프레야충남 컨트리클럽, 이후 IMG cc, 에머슨 내셔널을 거쳐 세종에머슨 cc로 이름이 바뀌어온 사연은 이제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매우 흔한 스토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원래 골프장을 여기다가 만들 당시에는 세종시 계획도 없던 시기였을테니까 그저 대전 부근의 야산이었을 것인데 지금은 대도시의 중심이다. 골프장이 겪은 부침은 아무래도 좋다. 나는 새로운 골프장이면 무조건 오케이인 코스콜렉터니까.

우리가 이날 도는 코스는 레이크/밸리 코스였고, 동반자로는 몇주전에 레이크사이드 남코스에서 10개의 파 (그중에 일곱개는 연속으로...)를 잡는 모습을 옆에서 목격한 이** 선생이 있었다. 구력으로나 체력으로나 나보다야 당연히 잘 치겠으나 최근에는, 특히 작년에 올란도에 같이 갔다가 Mission Inn 리조트에서는 내가 훨씬 잘쳤었기에 은근 나도 쟤 정도는 되는구나 했던 것이 무색하게 내 새로운 목표가 된 사람이다.  결국, 골프에서는 대결이란 무의미하고 (상대가 그날 못쳐서 이겨봐야 내 골프가 나아진 것은 어니므로), 파와 나와의 싸움이라는 말이 맞았다. 나로서는 처음 방문한 코스에서 대여섯개 파와 버디 한두개쯤 나와주면 비록 스코어는 80대 후반이지만 최고의 라운드다 (캐디가 적어준 스코어카드에는 83타로 나와있지만 파 5 홀에서 오비를 내서 양파가 나온 것을 트리플로 적어주더라).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 잘쳤거나 못쳤거나 쓰리펏도 즐거운 얘깃거리요 모처럼 비거리가 나와서 막창난 티샷도 화제가 된다.

처음 가보는 골프장이니 코스 얘기도 좀 해야겠다. 레이크 코스에는 워터 해저드가 몇개 (거의가 파 3 홀들에서) 나오고, 밸리 코스에는 없다. 도그렉도 없고 페어웨이는 여간해서는 공이 나가지 않을 정도로 넓직하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있기는 하지만 온그린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고, 탈출도 어렵지 않았다. 요컨데 편안하고 쉬운 코스인데 우정힐스를 갈까 여기를 갈까 고민했던 입장에서는 조금 후회가 된다. 능숙하고 사글사글한 캐디와 친절한 직원들에게는 칭찬이 가야겠지만 골프코스로는 평범한 정도. 그러고보니 에머슨퍼시픽의 골프장들 중에서는 진천 에머슨이 좀 멋졌고 아난티 서울은 그럭저럭, 여기 세종 에머슨은 그보다도 재미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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