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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리나라 골프장 중에서는 여기가 가장 많이 가본 곳이지 싶은데 서울, 분당 등에서 접근성이 좋고 18홀 코스가 세개나 되는데다가 (회원권 없이도 부킹이 가능하다지만) 오래전부터 내 직장에서 주말 부킹을 해줬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좋은 골프장이지만 주말에는 워낙 비싸기도 하고, 길면서 어렵기도 하고, 솔직히 나는 다른 곳도 가보고 싶은데 직장에서 단체로 운동하거나 하면 거의 무조건 레이크사이드로 결정되곤 했다. 1990년에 재일교포의 투자로 처음 개장했던 당시에 54홀 코스라는 규모는 거의 아시아 최고였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이정도 규모의 골프장이 여기저기 생겼어도 서울 근교에다가 이만한 땅을 마련하기는 이제 어려울 것도 같다. 설계자는 일본인인 나카노 유 (中野有)라는 사람이며, 일본식 골프장임에 수긍이 가는 조경과 디자인이다. 2014년에 삼성이 인수하기 전부터도 남코스와 동코스는 퍼블릭이었고, 서코스가 회원제였다. 주변의 소위 명문이라는 골프장들, 남서울이나 화산 등에 비해서는 좀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듯 보인다면 이는 홀의 숫자가 많아서 회원이 많았다거나 일찍부터 퍼블릭 부킹을 받았기 때문이지 골프장의 수준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근방의 88 cc뉴서울에 비해서는 더 좋은 골프장이라고 본다). 코스의 관리상태나 조경은 원래부터 아주 좋았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수준에 상관없이 그린피가 미쳐버렸던 코로나 시절에는 (가격을 올리지 않아서) 오히려 착한 수준이기도 했다. 화이트티에서도 투온이 쉽지 않은 난이도에 그린마저 빨라서 어렵다고 툴툴대지만 가보고 불평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아무튼, 다시 직장동료들과의 라운드를 계획하였는데 혹서기라 여기저기 싼 골프장도 많던데 여전히 거기까지 왜 가냐 레이크사이드나 가자 이러는 분들 때문에 다시 간다.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어디 충북이나 강원도로 갈텐데 거의 연중행사로 골프를 치면서 눈만 높은 동료들이 나는 집이 분당이니까 남서울이한성 cc 정도면 좋겠는데? 오전에 일이 있으니까 시간은 12시반에서 한시 정도로 잡아보세요 이딴 소리나 해대니까 한심한 일이었다. 많은 어려움 끝에 레이크사이드 남코스를, 7시반 정도로 잡았으나 주말 오후에 귀가길이 막힐텐데 그거 한 십분만 티타임 당겨줄 수 없어요? 이런 말을 전날에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이들은 분명 자기가 직접 골프 부킹을 해본 적이 없는 (아마도 접대골프만 받아본) 것이다.

레이크사이드의 3개 코스들은 호불호가 좀 갈린다. 내 경우에는 가장 긴 전장의 남코스를 가급적 피하자는 주의인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남코스를 좋아하더라. 아마도 여기가 길면서 넓어서 남성적이랄까, 뻥뻥 질러도 다 받아줄 것처럼 페어웨이가 생겨먹은 탓일 것이다. 돌아가거나 언덕을 넘기는 블라인드 홀들이 있음에도 넓은 페어웨이라서 부담이 적다. 그래도 내 경우는, 가령 1번 홀에서 짱짱하게 드라이버샷이 날아갔음에도 그린까지 180미터 남았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쩐지 이상하다. 보기플레이어니까 보기 내지는 운좋으면 파도 하지만 버디가 나오지 않는 코스는 시니어티로 내려가야하나 서글픈 생각마저 들게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교적 최근에 개장한 골프장들은 나같은 짤순이들도 아이언이나 웨지로 어프로치가 가능하지만 그린 주변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호불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의 트렌드가 달라진 것이다. 레이크사이드 남코스는 시원스럽게 티샷을 날리고, 어떻게든 그린 근처까지 가면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는, 어찌 보면 구식 골프장이다.

남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홀들을 꼽으라면 역시 커다란 호수를 따라 우측으로 돌아가는 6번을 먼저 언급해야겠다. 티샷이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켰더라도 쓰리온을 하려면 세컨샷이 호수를 넘어가야하므로 여기서 공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고 네번에 잘라가자니 페어웨이 중간쯤이 매우 좁다. 여기는 분명히 실력을 테스트하는 홀이라 잘치는 사람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초보자는 멘붕을 겪을 것이다. 이어지는 7번도 호수를 넘기는 파 3 홀로, 멋진 경치다. 후반에서는 100미터 정도에서부터 200미터까지 호수가 페어웨이로 돌출되어 부담스러운 11번이 어렵다. 세컨샷에서부터 그린까지는 오르막 경사에 길기 때문에 굳이 투온이나 쓰리온을 노리기보다는 정확한 클럽으로 쳐야한다. 자칫 공이 양쪽으로 벗어나면 언덕에서 내내 샷을 하던가 험난한 오르막을 헐떡이며 걸어야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 가장 어려운 홀이 17번이다.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면 좌측은 그린까지 호수가 이어져있으므로 중앙의 소나무를 겨낭하는 것이 안전한데 세컨샷을 오른쪽 경사면에서 해야한다면 그린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나는 티샷이 잘 갔어도 하이브리드와 롱아이언, 그리고 웨지까지 들고 카트에서 내리곤 했다. 골프장에 따라서는 세컨샷이 도저히 미치지 못할 거리라면 잘라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적어도 레이크사이드 남코스에서는 일단 그린 근처까지 가야한다.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날씨라도 모처럼 가본 남코스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80대 초반을 쳤으니 아쉬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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