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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부도의 더헤븐 (원래 이름은 아일랜드 cc)에서 골프를 쳤다. 직장이 인천일 당시에는 종종 바닷바람도 쐬고 조개구이도 먹으러 다녔던 대부도인데 막상 골프장이 생기고 나니까 서울로 직장과 집을 옮겼던 것이다. 여기를 서울에서 가자면 영동고속도로나 제3 경인고속도로를 지나 시화방조제를 건너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막상 가보면 바닷가에 (섬에) 있지만 바다는 몇몇 홀에서만 보일 뿐이고 그나마도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니라 온통 뻘이다. 아무튼 바닷가 링크스 코스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얘긴데 골프장만을 놓고 보면 경치도 관리상태도 다 좋았었다. 아일랜드 cc는 David Dale의 설계로 남/동/서 9홀씩으로 만들어진 회원제 골프장이었지만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고, 우여곡절을 거쳐 (그래도 주인은 그대로인 모양) 지금은 퍼블릭 더헤븐 cc가 되었다. 그사이 코스를 손봤는지 이름만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원래는 동코스만 조선잔디) 양잔디 페어웨이를 중지로 교체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옆에다가 무슨 소련시대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들을 만들어놓았는데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는데 나름 자기들은 7성급이라고 하는) 리조트라고 한다.
바닷가에 만들어놔서 그런지 넓직하고 평탄하지만 변별력을 위해 (해저드도 많고) 페어웨이와 그린이 쉬운 편은 아니다. 당시에도 다음에 가면 더 잘 칠 것 같은 느낌으로 돌아왔지만 위치도 그렇고 선뜻 떠오르는 골프장은 아니었다. 대부도는 역시나 서울 강남쪽에서는 꽤 먼데 그사이 길이 좋아져서인가 휴일 오후 티타임인데도 집에서 한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와보니 역시 David Dale이구나 싶게 재미있고 어려운 코스긴 했고, 다만 잔디를 교체한다는 이유로 (게다가 3부까지 빡세게 운영하므로) 관리상태는 나빠졌다. 이날 우리는 서/동 코스의 순서로 돌았는데 기억하기로 남코스의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좋았었기 때문에 살짝 아쉬움 (그래봤자 섬들이 많아서 호수같이도 보인다). 어릴 적에는 tv나 잡지에서나 보았던 이국적인 해변을 동경했지만 그런 곳들을 방문하다보니 무덤덤해졌고, 저렇게 올망졸망 재미있게 생긴 바다가 점점 좋아진다. 그러고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전의 놀러간 기억이 여기 대부도였다. 너댓살 정도의 나이에 썰물에 드러나는 길을 따라서 제부도까지 걸어가서 갯벌을 뛰어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집에 자가용도 없어서 서해안까지 놀러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부모님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더헤븐의 세개 코스는 제각각 다른 특색이 있어서 흥미롭다. 서코스에서도 호수가 은근 불편한 시야각을 만들어서 쉽지 않은 홀들이 있었고, 커다랗고 굴곡이 심한 그린은 느려터져서 쉽지 않았다. 동코스에서는 그린 주변에 벙커가 비교적 적고,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산악지형을 만나게 된다. 아일랜드 그린으로 치는 파 3 홀들도 (서코스 8번과 동코스 4번) 있어서 사진도 근사하게 나온다. 잔디의 관리에도 열심으로 보였다. 코스로 말하자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골프장이고, 클럽하우스 식당이나 직원들의 대응도 퍼블릭 수준은 넘었다. 다만 치는 내내 바다보다는 (7성급 럭셔리라는데 내 눈에는 그냥 아파트) 리조트 건물이 눈에 들어와서 경치를 해친다. 비싼 가격과 막히는 교통까지 고려하면 자주 가게될 골프장은 분명 아닌데 코스만큼은 포텐샬이 분명해서 아쉬움도 남는다. 바닷가에 있습니다라던가 럭셔리 컨트리클럽입니다 그런 과대광고만 아니면 좋은 골프장 맞다. 그래서 남코스도 다시 한번 쳐보고는 싶은데 언제 다시 방문할라나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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