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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1홀이라니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인 군산 cc에서 예전에는 회원제라고 불렀던 Lake/Reed 코스가 작년에 리노베이션을 하고는 토너먼트 코스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쪽은 (원래의 Lake/Reed 코스) Neil Haworth가 만들어서 그의 코스설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초에도 불만이 없었는데 재개장 후에는 처음 가본다. 일박이일 일정으로 와서는 첫날 김제/정읍 코스를 노캐디로 돌았고, 새롭게 단장한 골프텔에 하루 묵은 다음날 오전에 토너먼트 코스를 친다. 오랜 운전 등으로 피곤했던 어제와 달리 한결 개운한 몸이었고, 패키지에 포함된 클럽하우스 조식뷔페도 (역시 전라도 골프장답게) 괜찮았다.
마침 남원코스인가 그쪽에서는 드림투어가 열리는 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골프텔과 그 옆에 만들어진 연습장에는 어린 여자프로들로 바글바글) 막상 토너먼트 코스나 퍼블릭 코스들이나 팀이 별로 없게 한산해보였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군산 cc 퍼블릭 코스의 그린피가 18홀에 몇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많이 올랐고, 이렇게 티가 비는데 다시 가격을 낮춰야하지 않겠나 그런 걱정까지 하면서 카트에 올랐다. 여기는 새만금 간척지 부근의 매립지 코스라 평탄하지만 유독 토너먼트 코스는 여타 퍼블릭 코스들과는 사뭇 다른 설계와 난이도를 보여준다. 곳곳에 해저드와 러프를 배치했고, 거리도 길어서 쉽지 않은 골프장이다. 같은 매립지라도 서산의 더링스보다는 열배는 더 돈을 들인 것 같고, 스카이 72에 비해서는 조금 더 평평하다.
리노베이션이 거의 새로운 골프장을 만든 것처럼 예전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Golfshot 앱의 그림과 완전히 다른 홀들이 몇몇 있어서 캐디에게 예전에는 좌측으로 도는 홀이었는데 이게 우측으로 돌게 바뀌었네요 했더니 내가 이 골프장에서 몇년찬데 금시초문인데요? 해서 잠시 무안. 아무튼 새로운 토너먼트 코스에서는 샷 하나하나를 신경쓰지 않으면 벙커에 들어가게 되고, 그린은 엄청나게 크면서 마구 구겨져있다. 그린으로 다가가면서 페어웨이의 잔디가 벤트그라스로 바뀌는 것도 신기했고, 기존의 벙커들 너머로 깊은 직벽 벙커들을 추가해놓아서 난이도를 높인 모양이지만 어딘지 부조화스러운 (굳이 왜? 싶었음) 모양이기도 했다. 양측 코스를 종료하는 9번과 18번이 나는 가장 재미있었고 근사했는데 어려웠어도 수긍이 가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도 시그너처 홀이라고 했던 파 3 아일랜드 홀인 17번은 그냥 섬의 그린 주변으로 벙커를 빙 돌려놓았어도 좋았을텐데 이런저런 모양의 벙커에 뒷쪽에는 소나무도 몇그루 심어놓는 등 자의식과잉 수준으로 보여서 살짝 아쉽다.
못쳐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나는 벙커샷이랑 퍼팅이 주무기라서 이런 식의 코스에서는 좋은 스코어를 낸다. 키보다 높은 직벽벙커라도 너무 바짝 붙은 것만 아니라면 볼을 띄워서 탈출할 자신이 있다. 군산 cc에서는 기왕이면 토너먼트 코스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머지 코스들은 샷을 연습할 목적이 아니라면 골프장으로서의 재미는 덜할 것이다. 근처에 산다면, 그리고 다시 가격이 예전처럼 저렴해진다면 아주 좋은 환경일 것인데 우리처럼 어쩌다 한번 오는 거라면 역시 토너먼트 코스가 제격이고, 지금의 가격도 나쁜 수준은 아니다. 내장객이 (시합하러 온듯한 프로나 지망생들을 빼면) 많아보이지 않았고, 코스의 수준이나 관리상태 그리고 직원들의 친절함까지를 돌이켜보면 좀 바글거릴만도 한데? 싶어서 아쉬웠다. 모처럼 멀리까지 가서 그 유명하다는 군산의 복성루 짬뽕이나 이성당 단팥빵을 못 먹어본 것은 좀 아쉬운데 지방의 소문난 맛집에서 만족했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지라 아마 여기도 그렇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전날 저녁을 먹은 군산 시내의 모 식당은 가격은 강남 수준, 음식은 시장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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