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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명문 퍼블릭인 베어크리크의 명성은 역시나 크리크 코스의 덕이지만 조선잔디 페어웨이에 투그린으로 조성된 18홀 베어코스도 상대적으로 편안할 뿐 무시받을 골프장이 아니다. 십수년전 장정원 씨가 양쪽 코스를 만들었고, 크리크는 노준택 씨에 의해서 2008년에 리뉴얼되면서 더 유명해졌는데 나는 베어코스도 좋아한다. 지난주에도 평일 오후의 티타임을 하나 잡았다가 서울의 쨍하던 하늘이 막상 골프장에서는 폭우로 바뀌어 결국에는 근처 식당에서 국수만 먹고 돌아와야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다본 잔디가 못내 아쉬워 결국에는 주말 오전으로 다시 날을 잡고 재방문. 6월이고 하니 끝나고 돌아올 때의 진접 부근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평일이 나았지만 주말 오전에 부킹이 가능했던 것은 행운이었다. 몇일간 퍼붓던 비도 드디어 그친 상태. 포천은 서울 강남쪽에 사는 사람에게는 강원도 지역보다도 심리적으로 더 낯설고, 실제로 가보면 더 멀기도 한데 몇년새 도로가 많이 생겨서 나아지기는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덕택에 덜 개발되어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하루를 온전히 다 소비해야 하고 피곤한 운전을 경험하고 나면 선뜻 떠올려지는 동네는 아니었다.

예전에 평일에는 양쪽 코스의 36홀을 묶어서 프로모션도 하곤 했는데 정가로는 베어 코스가 그린피도 조금 더 싸서 오히려 더 붐비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베어 코스의 1번 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산꼭대기의 크리크 코스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뭔가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이 편안하다. 넓직하고 평평해 보이는 페어웨이에 빽빽한 잔디. 과감하게 쳐도 스코어가 좋을 모양세라 몇주전에 다녀온 일동레이크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전통의 회원제와 퍼블릭의 차이는 있을 것이니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베어크리크의 관리가 일동레이크에 필적한다는 것은 나름 괜찮은 칭찬일 것이다. 베어코스가 최고의 골프장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잘 관리되고 예쁜 골프장이다. 솔직히 나처럼 보기플레이 정도 하는 수준까지라면 베어 코스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그린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티를 내려는지 약간 손상되고 느리기까지 했지만 본대로 잘 굴렀고, 티박스에서부터 페어웨이까지 잔디상태도 아주 좋았다. 그런데 봄의 1/3 정도를 골프장에서 보내려니까 사실 좀 피곤하다. 어쩌다보니 요사이에는 한국에서도 골프에 매달리는 삶을 살고 있다. 비싼 비용과 골프장으로의 접근성이 나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사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비단 주말마다 골프치러 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늘 다음에는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고, tv는 jtbc 골프 아니면 sbs 골프만 보며, 일상에서도 (심지어는 출퇴근에도) 골프복장을 입는다. 거기에 여지껏은 생각도 않았던 은퇴 이후의 삶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되었으니 아무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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