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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유의 골프장들 중에서 그나마 (9홀 코스인 글렌로스 제외) 일반에게 문이 활짝 열려있는 안성 베네스트는 원래 세븐힐스라는 이름의 골프장이었고, 임상하 씨가 설계해서 회원제 27홀과 대중제 9홀로 운영하던 것을 지금은 회원제 서/북 코스와 대중제 남/동 코스로 나누어 운영한다. 원래부터 퍼블릭이었던 동코스도 약간 좁을 뿐 회원제에 비해 손색없는 코스인데 여기는 임상하 문하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권동영 씨가 관여했다고 하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9홀이 동코스), 아무튼 동코스를 포함하면 조금 저렴하다. 코로나로 우리나라 그린피가 미쳐가던 와중에도 기존의 가격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킹만 된다면 거저 수준이라고 좋아하면서 가곤 했다. 생각해보면 일부 기업이나 부자가 서로 경쟁하듯이 좋은 골프장을 건설하던 시대가 있었고, 코로나 이전에는 한동안 회원제들이 망하거나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거쳤다. 다시 골프가 부흥하는 상황에서도 골프장은 돈을 벌어다주거나 접대에 도움이 되거나 기업의 이미지 목적으로나 뭔가 이득이 있어야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안성 베네스트는 아무래도 서울에서의 접근성 때문에 자주 가보게되는 골프장은 아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서/북 코스건 남/동 코스건 그냥 잡히는대로 다녔다. 서울에서 가려면, 경부나 중부고속도로 어느 쪽이라도 비슷하게 걸리는 위치고, 고속도로가 막히는 경우에는 용인과 안성을 거쳐가는 국도로 가도 비슷하게 (오래) 걸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서 코스와 전혀 다른 코스일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약간 좁으면서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들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산악지형 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나름 고민할 필요가 있어서 이쪽이 나는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만 동코스가 원래 퍼블릭이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조금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관리상태나 조경의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좁은 페어웨이에, 그린에 좀 못미쳐서 페어웨이 한쪽에 벙커가 있고, 그린 옆에도 한쪽으로 치우쳐서 벙커가 있는 식이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티샷이나 어프로치나 한쪽으로만 가면 되는 것인데 티박스에서부터 아하 저리로 가야하는구나 눈에 들어오니까 좀 치는 사람이라면 스코어가 좋을 것이다. 대개 어느 골프장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홀은 잠시 티박스에서 숨을 고르며 바라보게 되는 파 3 홀인 경우가 많은데 동코스는 파 5 홀들이 차라리 수월하다. 포대그린에 엄청나게 커서 퍼팅에서도 스코어가 판가름난다.
개인적으로 베스트라고 생각한 홀은 계곡을 넘겨 티샷하면 다시 호수를 넘겨 어프로치해야했던 남코스 4번과 비교적 짧은 파 5이며 그린 너머로 하늘만 보였던 동코스 5번을 들겠다. 특히 동코스에서는 4번과 5번이 연속으로 파 5인데 두 홀에서 모두 쓰리온에 파를 한 것은 나름 뿌듯하다. 도그렉에 약간의 타겟골프지만 비교적 짧아서 그린까지는 무난하게 간다. 버디냐 보기냐의 스코어가 갈리는 곳은 그린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코스 6번 티박스는 가장 높은 곳이어서 골프장 전경이 내려다보였으니 안성베네스트의 4개 코스에서 내가 동코스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비가 적게 오는 봄이라 그럴까 베네스트라는 이름을 거는 골프장 치고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모양이라 살짝 아쉬웠다 (그나마 양잔디가 아니라서 페어웨이는 괜찮았다). 그래도 관리에 들이는 직원들의 노력에는 명문 코스의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지가 보인다. 남/동 코스의 18홀은 공치기에는 무리가 없었고, 코스의 레이아웃과 경치에 모처럼 눈길이 돌아가는 즐거운 하루였다. 안성 인근의 수많은 골프장들 중에 최고는 아닐지라도 (어차피 올해도 부킹전쟁이라 고민하고 자시고가 없음) 언제라도 기회가 닿으면 (어쩌다가 베네스트 골프클럽이 가성비 맛집이 되었을까 싶지만) 고민없이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