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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샌프란시스코를 두번째로 방문하면서 공항 근방에 어디 골프칠만한 곳이 없나 찾다가 순전히 저렴한 그린피 하나로 선택한 곳이다. "미국식의 링크스" 코스를 표방하며 (그 유명한) Johnny Miller와 Fred Bliss가 설계한 18홀 퍼블릭 골프장인데 오클랜드 공항 바로 옆에 있어서 한적한 링크스 기분은 거의 나지 않고 온통 시끄러운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운동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한 이질감을 기대하고 왔더니 복잡함 그 한가운데로 들어온 어리둥절함이랄까...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는 오클랜드에서도 가장 내장객이 많은 퍼블릭 골프장이라고 한다. 아무튼 국적기가 SFO 공항에 오전 9시 반쯤에 도착하니까 입국수속하고, 짐을 찾고 나와서 렌트카를 빌리고 어쩌고 해도 겨우 점심시간이 된다. 인앤아웃 버거로 배불리 점심을 먹은 우리는 12시 반의 티타임인데 평일의 오후임을 감안해도 EZLinks에서 인당 $16의 프로모션이니까 (카트비 포함) 스크린보다도 싸다. 이 가격에라면 그저 맨땅이라도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장시간의 비행으로 뻐근한 몸이지만 시차에 적응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몸을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도착한 시간에는 어차피 썰렁해서 곧바로 1번 홀로 나가는데 티샷에서부터 다들 난을 치는 수준으로 망가져버렸다. 그래도 링크스-like 코스라 평탄하고 넓직해서 그냥 옆의 홀로 날아간 공도 쫓아가서 치고, 깊은 러프에 잠겨버리면 적당히 꺼내놓고 치는 식으로 웃으며 즐겼다. 한국의 산악지형 골프장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평지가 매우 이국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외국에는 흔한 레이아웃이며, 다를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코스다. 그러니 코스에 대해 별다른 기억이 남을 리도 없는데 인생에 단 한번밖에는 올 일이 없을 골프장이니 그래도 즐겁게 쳐야겠다. 바닷가라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어디로 쳐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 평탄한 레이아웃에 비행기소리까지 시끄러웠다.

그래도 이렇게 사진을 끄집어내고보니 풍광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티박스에서 그린은 물론이고 옆의 홀까지도 잘 보이고, 잔디도 나쁘지 않았다. 평일의 그린피 정상가는 $50 정도인 모양인데 설마 그 가격을 선뜻 지불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고 우리처럼 프로모션으로 오면 최고다. 기온도 1월인데 오후에는 영상 20도 정도까지 올라가지만 해가 빨리 지고 저녁에는 은근히 쌀쌀하다. 오랜 비행에 굳은 몸은 다 풀렸고, 어둠이 내리는 즈음에 차를 빼서 산호세 한식집까지 가서는 고기를 구우니 어디 곤지암에라도 온 느낌이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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