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Moon Bay (Old), Half Moon Bay, CA

태평양을 바라보는 언덕에 유럽의 성같은 리츠칼튼 호텔이 자리잡고 있고, 그 옆으로 36홀의 골프장이 있는 Half Moon Bay. 나는 몇년전에 양쪽 코스를 모두 쳐본 적이 있는데 경치만큼은 Trump National 저리가라일 정도로 근사했던 기억이다. 1997년에 개장한 이 골프장에는 Ocean과 Old 코스가 18홀씩 있는데 특히 Old 코스의 마지막 홀에서 호텔을 바라보며 치는 티샷은 여지껏 겪어본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고급 골프장에 비해 사진빨이 덜하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아마도 잔디가 Poa Annua 종이라 그럴 것이다. 이번에는 나혼자 무작정 찾아갔기 때문에 두 코스를 모두 돌아보기는 어려웠고, 어느쪽을 고르느냐는 상당히 어려운 선택이다. 대개는 Arthur Hills 설계인 Ocean보다 Arnold Palmer가 설계한 Old 코스가 더 어려우면서도 낫다고들 하지만 거기는 17번 홀에 다다르기 전에는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나는 Ocean 코스에서 치기로 했었다 (그리고 가격도 올드코스가 오션에 비해 30불 정도 비싸다). 토요일 오전에 157불 그린피는 이정도 수준의 골프장이라면 아깝지 않았는데 막상 한시간쯤 일찍 도착해서 보니까 올드코스가 좀 한산하다고 원하면 그쪽으로 가라고 한다. 나야 당연히 사양하지 않았다 (정가인 250불을 치르는 경우라면 좀 고민했을 것이다).

 

올드 코스의 1번에 서면 저멀리 산위의 집들과 함께 드넓은 페어웨이가 펼쳐진다. 태평양 바닷가에 연한 리조트지만 (17번 홀에 다다르기 전에는) 여기는 그저 근사한 산악지형 골프장일 뿐이다. 그런데 코스만 놓고 본다면 매우 도전적이고, 대단히 아름답다. 매홀마다 공략하는 법이 달라져야 했고, 러프에서 그리고 벙커에서 스코어를 잃었어도 수긍이 가는 디자인이었다. 그린도 매우 빠르면서 브레이크를 보기 힘들어서 어려웠다. 빤히 공략법이 보이는데도 정말 어려웠던 15, 16번 홀들에서 더블보기를 한 것은 두고두고 마음에 걸릴 것 같다. 아무튼 이 어려운 코스에서 공 하나로 18홀을 끝냈으니 뿌듯하긴 한데 스코어는 간신히 백돌이를 면한 정도. 가족단위로 놀러와서 한나절을 보내는 리조트 코스치고는 좀 맞지 않는 컨셉이다.

 

산기슭에 지어진 집들 사이로 치는 골프는 17번에 도달해서는 완전히 다른 코스가 된다. 다들 17, 18번 홀의 경치만으로도 하프문베이 올드코스의 값어치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야말로 숨이 턱하고 멎을 그런 경관이다. 뒷편으로 바다와 하늘만 보이는 숏홀인 17번을 지나면 바닷가 절벽에 세워진 리츠칼튼 호텔을 향해 티샷을 날리는 18번이 나온다. 넓직한 페어웨이에 심한 내리막이라 티샷이 한없이 가지만 그린에서 100야드 정도에 개울이 있어서 거기서 다시 높게 솟은 그린으로 어프로치한다. 그린 주변에 산책로가 있고, 리츠칼튼 하프문베이호텔의 또다른 명물인 모닥불이 있어서 손에 와인잔을 들고서 경치를 구경하는 갤러리들이 많아서 좀 뻘쭘하면서 행복해지는 경험이었다. 나는 예전에 왔던 당시에는 저 호텔에서 일박했었는데 잠만 자기에는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다. 다시 말하지만, 올드코스는 마지막 두 홀들만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 그래도 Half Moon Bay에 골프치러 온다면 역시 Ocean 코스도 돌아봐야할 것이니 조만간 꼭 돌아오리라 마음먹는다.

 

 

저 건물이 Ritz-Carlton Half Moon Bay

 

10번 그린에서 뒤돌아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