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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날 오전에는 골프칠 계획이 없었는데 어제 조인했던 로칼 할아버지와 대화하다가 이 골프장에 대해 물었더니 글렌이글스는 아마 가보면 텅텅 비어있을 거라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위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다운타운에서 약간 남쪽이지만 주택가가 즐비한 지역에) 있고, 맥라렌 공원에 딸린 이 9홀 골프장에 사람이 없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시립이기 때문에 주민이라면 가격도 저렴할 것인데 아무리 관리상태가 후지더라도 연습삼아, 운동삼아 나오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었다. 이 골프장은 Jack Fleming 설계로 60년대에 개장했다가 2010년에는 George Waters가 리노베이션을 했고, 9홀 코스지만 제대로 된 정규코스라서 전후반 다른 티박스를 쓰면 6,400야드의 18홀이 된다. 아무튼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슬슬 가봤는데 골프코스 입구를 찾기가 좀 힘들어서 헤매긴 했어도 막상 클럽하우스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댔더니 진짜로 무슨 좀비영화에 나오는 (인류문명이 멸망한 이후의) 골프장같이 보였다. 굳게 셔터가 내려진 컨테이너박스 프로샵이 하나 있었고, 주차장에는 나혼자뿐이었다. 아무튼 돈은 나중에 내면 되겠지 생각으로 1번 홀로 출발했는데 초록색 티박스가 1번, 노란색 티박스가 10번인 모양이었다.
카트를 빌릴 수도 없었으니 티샷을 하고는 터벅터벅 걷는데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거친 잔디밭이지만 이정도면 보스턴 인근의 Leo J. Martin 골프장보다 낫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페어웨이 양측에는 숲이 울창해서 자연스럽게 도그렉이 형성되었고, 경사가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코스라서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 따라 어프로치가 극과 극이 된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식이라 걷기에 편안한 코스는 아니었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공을 치는데 여기는 잘만 개발하면 꽤 그럴싸한 골프장이 될텐데 싶게 근사한 조경이다. 뒷편의 산자락에는 주택가가, 저멀리에는 바다가 보이는 위치니까 이렇게 버려진 땅으로 놔두는 것이 안타깝다. 바로 옆에는 농구와 하키 경기장으로 유명한 Cow Palace 체육관도 있다.
언제나 느끼지만 미국의 골프장은 아무리 후져도 그린만큼은 잘 관리한다. Gleneagles의 그린은 작으면서 경사가 심해서 보기보다 어려웠는데 약간 느리긴 했어도 바짝 잘 깎아놓았다. 힘들면서도 즐겁게 나인홀을 마쳤더니 (컨테이너박스) 클럽하우스가 문을 열었는데 그냥 가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매너가 있지 생각하고 돈을 치르러 들어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가도 되었을텐데 돈내러 왔다니 정직한 사람이시군요 20불 정도만 내세요 그런 대화를 기대했으나 레지던트 카드가 없으면 32불이라고 한다. 나는 9홀만 돌았다고 얘기했지만 그건 상관없고 외지인은 무조건 그 가격이다 해서 달라는대로 돈을 치렀는데 아무튼 80점쯤은 주고싶었던 Gleneagles의 점수는 60점 정도만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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