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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자유로

hm 2020. 5. 4. 08:40

자유로 cc라니, 이런 골프장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누가 가자고 해서 엉겁결에 따라나서는 일요일 새벽이다. 경기도 연천에다가 27홀 퍼블릭으로 몇년전에 개장했다고 하는데 말이 자유로 cc지 강남에서 가려면 동두천에서도 한참 더 올라가서 이러다가 북한까지 가버리는 거 아닐까 걱정하면서 운전했다. 그러고보니 연천이라는 동네는 내 인생에서 처음 와보는 곳이지 싶다. 그래도 감악산의 산세가 아름다운 동네이고, 드래곤 엔지니어링에서 설계한 양잔디 골프장이라니까 기대반 우려반으로 가보기로 한다.

27홀 코스의 이름이 대한/민국/통일 코스라 좀 유치하게 들린다. 우리는 통일/대한 코스로 돌게되었는데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주 근사해서 멀리까지 운전한 보람이 있다 싶었다. 반면 고개를 들어 코스를 바라보면 산기슭을 따라 층층계단으로 홀을 쌓은 스타일이다. 제일 짜증나는 코스 디자인이지만 선선한 바람에 기분좋은 일요일 오전이니까 다 용서가 된다. 통일 1번부터 무지 좁아보이는 파 5가 시작인데 그럭저럭 끊어가진다. 두번째 파 5인 통일 4번이 단연 시그너처 홀이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티샷을 날리는데 내리막의 좁은 페어웨이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 티샷을 본 것만으로도 자유로 cc에 대한 내 평가는 조금 올라감. 물론 스코어는 다른 얘기겠다. 멘탈이 좋아졌는지 이날 동반자들 중에 내가 제일 불편해하는 후배가 있었으나 역시 내 공이 잘 날아가주면 멘탈이고 뭐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못치면 남의 탓, 잘치면  내 실력인 것일지도. 길고 좁은 코스니까 GIR을 포기하면 골프가 훨씬 재미있어지고, 스코어도 그럭저럭 나온다. 어슬렁어슬렁 나만의 골프를 치다가 문득 캐디가 적고있는 스코어카드를 보니 나도 그럭저럭 잘치고 있는 것이다.

후반인 대한 코스로 접어들자니 퍼블릭이지만 쉬는 시간도 별로 없이 스무드한 진행이다. 오랜 시간을 알아온 동료들이지만 골프 말고는 딱히 화제거리도 없어서 그저 담배만 피우다가 문득 속옷을 갈아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땀에 젖은 속옷과 양말을 벗어버렸다. 추운 날씨라도 워낙 땀이 많은 체질이라 뽀송뽀송해지니 몸이 가벼워서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확 무너져버리는 일은 없었다. 코스 그럴싸하고, 공도 잘 맞으니 즐거운 골프인데 요즘 들어서는 라운드 횟수를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드는 것이다. 돈도 쪼들린다. 일주일 내내 일하다가 주말에 하루 해방감을 맛보는 친구들에게는 약간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나라 주말의 골프는 (특히 서울 근교는) 너무 비싸다. 주중 오후의 비는 시간에 어디 강원도나 충북 정도까지 가면 좀 낫지만 이 경우는 동반자를 구하기가 힘드니 이래저래 대한민국의 골퍼는 불행하다. 서비스나 골프장의 관리상태는 단연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돈과 시간의 투자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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