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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갔었던 골프클럽 Q는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의 몰락과 부활을 대표하는 곳인데 처음에 태양 cc로 허가를 받았다가 골프클럽 Q 안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회원권을 많이 팔았다고 한다 (2억이 넘는 가격으로 500명인가를 모집했었다고). 이후 어찌어찌 사연을 거쳐 망하면서 회원들 반환금 문제로 말이 많았다는데 비슷한 사례로 지금은 푸른솔 포천으로 불리는 가산 노블리제가 있었다. 퍼블릭이 되면서 골프존카운티 안성 Q가 되었었는데 이 거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가 부도난 골프장을 인수한 첫번째 사례라고 한다. 몇년이 지나 골프장 가격이 오르면서 많은 차익을 남기고 매각되어 다시 골프클럽 안성 Q가 되었다(가 결국 지금은 안성을 빼고 골프클럽 Q로 불린다). 나는 아무튼 사연많은 골프장이건 어디건 가성비만 좋아라 심정인데 여기는 안성 H나 안성 W에 비해서는 그래도 제대로 설계되고 (아마 임상신 씨가 설계했을 것이다) 운영되던 골프장이었다. 팜파스/밸리 코스로 이름붙은 18홀인데 길고 넓지만 산기슭에다 이만한 코스를 만들기 위해 홀들 사이의 간격이 좁은 편이고, 도그렉이나 블라인드 홀이 많다.
골프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스크린골프 경험이 몇번밖에 없는데 골프라는 운동을 잔디밟고 걷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다가 왼손잡이인 탓이다. 연습장도 실내에 있는 곳은 왼손 타석이 거의 없어서 더우나 추우나 닭장에서 맨 구석자리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왼손잡이를 배려하는 스크린 골프장이나 연습장도 좀 생겼는데 그래도 한번 가보려면 미리 좌타석 유무를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한동안 다녔던 GDR 연습장에서 보면 스크린 9홀을 돌 수 있는 코스들이 몇몇 깔려있어서 골프존카운티 소속의 골프장들을 플레이해보기는 했으나 스코어는 늘 별로였다.
이번에 안성 골프클럽 Q를 부킹하려고 보니까 인근 골프장들에 비해서도 이상하리만치 저렴했다. 아마 코스의 상태가 별로인 모양인데 그래도 우리가 방문한 날은 몇일간 비가 내린 후라 잔디의 상태도, 공기도 최상이었다. 다시 돌아보니까, 그리고 공도 그럭저럭 맞아주니까 나쁘지 않았는데 페어웨이의 경사가 어디나 다 심했고, 벙커도 많아서 세컨샷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어려운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돌아갈 구석을 만들어놓아야 좋은 코스라고 할텐데 여기는 좁은 페어웨이로 공이 잘 가더라도 평탄한 라이가 없다. 종종 함께 라운드하는 동생은 골프장에 대한 평가가 아주 엄격한 편이라 어디는 뭐가 별로네 거기는 쓰레기같은 구장이네 맨날 툴툴거리는데 그러면 너는 대체 어디를 가야 만족할래? 맨날 내가 물어보고 그런다. 내가 둔해서인지 몰라도 나는 웬만해서는 그저 몇시간 재미있게 놀았다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서는 사람이고, 잔디가 별로에다 매트 티박스라도 그래도 싸게 쳤으니까 괜찮았어 식이다. 이날도 골프클럽 Q에 대한 느낌은 썩 나쁘지 않았지만 다시 오고싶은 생각이 드는 정도는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