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한탄강

hm 2022. 5. 20. 19:23

강원도 고성을 제외하면 아마도 북한에 가장 가까운 골프장이지 싶은데 철원에 가면 한탄강 cc라고, 귀뚜라미 보일러가 주인인 그럴싸한 18홀 퍼블릭이 있단다. 이름에서부터 십중팔구 문명과 동떨어진 시골이 연상되고, 한탄강을 내려다보는 몇몇 홀의 경치가 근사하다고들 했다. 설계자가 누구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권동영 아니면 임상하 씨라고 들은 것도 같다. 관리상태만 괜찮다면 가성비가 좋을 것인데 솔직히 강남쪽에서 가기에는 많이 멀어서 몇년전까지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제는 고속도로도 포천까지 뚫렸고, 어디 충주나 천안까지 가는 거리니까 해볼만하다 싶었다. 평일 오후에 시간이 비길래 어디 가자고 찾아보는데 (아마도 코로나 때문인지) 서울 근처에서는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부킹이 너무 어렵다. 그나마 2시경 티타임을 잡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한탄강 cc인데 아무튼 어디라도 가볼 수 있어 다행이다.

한탄강이라는 이름이 신세한탄의 그 한탄 (恨歎)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강의 한(漢)에 여울 탄(灘)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한자어 작명인데 18홀 코스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시시하게) 마운틴과 밸리다. 이름에서부터 디자인이 연상되는데 과연 초반에는 그저 밋밋한 산악코스다. 마운틴 7번에서 9번은 갑자기 도그렉과 물을 넘어가는 블라인드 홀이라서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가는데 슬슬 재미있어진다. 후반의 밸리코스로 가면 처음부터 도그렉이니 마운틴부터 도는 순서가 맞을 것 같다. 계곡을 넘어가는 마운틴 4번과 밸리 2번이 보통 이 골프장에서는 가장 멋지다고들 한다. 내 생각에는 전반에서는 마운틴 7, 8번, 후반에서는 저멀리 산세가 아름다운 밸리 5번과 한탄강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6, 7번이 하이라이트인 것 같다. 이후에는 좀 차분한 홀들로 마무리하게 만들었으니 설계는 꽤 좋았다고 본다. 첫 방문임에도 스코어는 괜찮게 나왔다. 페어웨이의 잔디는 알맞게 잘 자랐고, 그린의 상태도 좋아보였으나 살짝 느렸다. 코스보다는 입지가 워낙 절경인 골프장이었다. 이제는 길도 좋아졌으니 종종 오게될 것이다.

여기는 캐디들이 거의 남자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도 물론 상냥한 여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지만 운이 좋으면 꽤나 프로페셔널한 남자 캐디를 만나 진지하게 골프를 치기도 한다. 이날의 캐디도 프로지망생이라, 그리고 이 골프장에서 수백번의 라운드를 경험한 골퍼이기도 해서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 계속 가르쳐준다. 티샷은 우측 벙커를 넘기시면 좋구요, 잘라가실 거라면 벙커 완쪽으로 130만 가세요 등등.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거의 80대 초반의 스코어가 나오지만 (이날도 81타) 처음 가보는 코스에서 캐디의 말만 듣고서는 코스 매니지먼트가 되겠냐 싶다. 그보다는 공이 밀려도 카트길 맞으면 그린 근처까지 가요, 우측 법면에 맞으면 다 굴러내려와요 이런 식이 아마추어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까? 캐디의 말만 듣고는 도그렉에서 언덕으로 가로지른 티샷이 막상 가보면 내 공만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겪으려니 내 분수에 맞게 넓직한 쪽으로 보내 쓰리온을 노렸어야 정답이다. 자기라면 저쪽으로 치겠는데 고객님도 한번 도전해보세요 이런 얘기하는 캐디는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싶은데 그래도 시키는대로 치면서 즐거웠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치힐  (0) 2022.05.26
샌드파인  (0) 2022.05.23
레이크사이드 (남코스)  (0) 2022.05.18
마이다스 레이크 이천  (0) 2022.05.05
루나힐스 안성  (0) 2022.05.02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