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ite Links, Quincy, MA

미국 북동부의 퍼블릭 골프장 순위에는 반드시 10위권에 드는 고급 골프장 Granite Links는 이름처럼 채석장에다 만든 링크스 스타일인 코스다. Quincy 시와 Milton 시에 걸쳐있던 채석장이 문을 닫은 것이 1989년이었고, 한동안 버려졌던 땅에다가 주택단지와 함께 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 십년뒤. 첫번째 9홀인 Milton 코스가 John Sanford의 설계로 2003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는 손님이 와서 골프를 치고싶다고 하면 일순위로 떠올렸던 곳인데 비회원 그린피가 150불까지도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Milton/Quincy/Granite의 27홀 코스중 하나는 회원 전용으로 해놓고 나머지 두개의 9홀 코스를 개방하기 때문에 치려고만 하면 문은 열려있었다. 멋진 경치에 저멀리 보스턴 다운타운이 내려다보여서 누구나 만족한다.

그런데 이 골프장의 문제점은 극단적인 타겟골프에 돌아갈 여지를 마련해놓지 않은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Granite 1번은 계곡 사이로 타원형 페어웨이가 두개 이어지는 내리막 파 5 홀인데 티박스에서 200야드가 넘어가면 해저드다. 180야드 티샷에, 거기서부터 150야드 정도로 넘어가면 오르막 120야드 어프로치가 남는데 정말로 딱 이렇게 치는 수밖에 없다. 디섐보 정도라면 투온도 노려보겠지만 장타자는 공이 죽을 가능성이 높아서 좋은 디자인은 아닐 것이다. 9번 홀의 경우도 짧은 오르막 파 4지만 티박스에서는 페어웨이가, 페어웨이에서는 그린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덕 너머로 어프로치하고 가보면 그린 우측으로 깊은 채석장 구덩이가 나타나니 황당하다. 내 기억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으로 그저 어렵게만 만든 골프장들이 몇몇 떠오르는데 아무튼 Granite Links는 관리상태가 근사하고, 코스 어디서든 주변을 둘러보면 극적으로 아름답기는 하다. 여기서 (초행길에) 좋은 스코어를 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데 그래도 데려와서 별로라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