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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ㅋㅋ 감개무량하게도 2년여의 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격리는 없어졌어도 오며가며 코를 쑤셔야하는 수고로움이 여전해서 고민을 했지만 이제 더는 못참겠다며 보스턴에서의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중간에 어디라도 호텔에서 가까운 골프장을 가보리라 생각했었고, 보스턴의 5월초는 여전히 쌀쌀하기 때문에 좋은 곳을 굳이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여기가 떠올랐다. 보스턴에서 북서쪽으로 30분 정도 거리인 Sandy Burr 컨트리클럽은 이번이 두번째이자 십년만의 방문인데 이쪽에 살던 당시에 이웃들과의 라운드에서 생애 첫번째 샷이글을 하고는 기념라운드를 빙자하여 왔었다. 게다가 Donald Ross가 설계하여 1922년에 개장한 역사적인 골프장이니 (올해로 정확히 백년) 근 3년만의 미국 방문으로는 나름 의미가 있겠다. 개장 초기에는 뉴잉글랜드 PGA 챔피언십이 개최되었었고, 1926년에 Walter Hagan과 Francis Ouimet이 훗날 "Battle of Sandy Burr"로 알려진 전설적인 36홀 매치플레이를 벌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무튼 지금은 평일 오후의 그린피가 49불인 퍼블릭이 되었다. 평일에다가 보스턴 시내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라 한가함을 기대했으나 빈틈없이 채워진 티시트를 보고는 그나마 3인인 팀에 조인해서라도 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카트를 타지 않고 걷기로 했는데 전반적으로 산악지형이라 초반 몇홀만에 몸이 예전같지 않구나 힘들다고 느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어도 겨우내 쉰 벤트그라스 페어웨이는 아름다왔고, 그린은 명불허전으로 빨랐다. 이렇게 오래된 코스는 카트나 홀들 사이의 간격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에 이렇게 풀부킹인 날에는 다른 홀에서 날아오는 공에 주의해야한다. 시원스럽게 내리막인 1번에서부터 티샷이 우측으로 휘면 거기에 다른 홀의 그린이 있었기 때문에 좀 위험해보였다. 느려터진 앞팀을 홀마다 기다려가며 전진하는데 이제 내 장기가 드라이버가 된 것처럼 모든 티샷이 페어웨이 가운데로 잘 날아갔고, 오히려 늘 자신있었던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가 스코어를 갉아먹는 라운드였다. 산악지형이긴 해도 전형적인 Donald Ross 코스여서 티샷이 좋은 위치로 가면 그린까지는 장애물이 별로 없었다. 다만 빠르고 경사진 그린이 작으면서 자잘한 브레이크가 있기까지 해서 쉬운 코스라고는 할 수 없다.
비슷한 홀이 별로 없었고, 재미있는 디자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홀은 엄청난 내리막 티샷으로 투온도 가능하게 보였던 10번이었다. 티샷이 똑바로 멀리 날아가서 은근 기대했으나 두번째 샷이 190미터 정도 남았는데 카트를 타지 않으려고 우드를 차 트렁크에 빼놓고오는 바람에 아이언으로 잘라가야 했고, 어이없는 쓰리펏으로 보기를 했다. 최고의 경험은 페어웨이가 길을 사이로 좌우로 나눠졌을 뿐만 아니라 그린도 2개인 12번이었다. 우리나라에서야 투그린이 흔하지만 미국에서, 그것도 명망있는 설계자가 백년전에 만든 골프장에서라니 상당히 신기한 경험이었고, 150미터 지점에서 친 세컨샷이 핀을 맞아서 이글이 되나 했지만 아무튼 버디를 잡았다. 코스에 익숙해지면서 후반에는 버디와 파를 반복하면서 9홀 언더파를 기록했는데 15번 티샷을 하고나니 핸드폰의 배터리가 엥꼬나는 바람에 더이상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전형적인 A형이라 언제나 보조배터리 등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인데 시차로 피곤했는지 차에서 내리면서 모자도 챙기지 못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 아무튼 코로나로 지워진 2년여를 잊게해준 즐거운 라운드였고, 조인한 미국인들의 칭찬을 들으면서 그동안 내 골프실력이 한층 나아졌구나 뿌듯했던 하루였다.
그리고... 이 유서깊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벽에서 클럽챔피언들의 이름을 보다가 Leo J. Martin 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마도 1930년대에 잘나가던 셀럽이었지 싶은데, 자주 찾아가던 Leo J Martin 골프장의 이름에서 짐작하건데 골프도 곧잘 쳤던 모양이다. 또, J. W. Monahan 부자의 이름도 나오는데 현재 미국 PGA 투어의 커미셔너가 Jay William Monahan 4세라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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