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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새로운 골프장을 포스팅한다. 통영이라는 동네에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십여년전에 여행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카톡 프사에서 본 동피랑 마을의 벽화와 바다풍경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집돌이인 나로서는 골프가 아니고서는 이렇게나 먼 동네까지 가볼 리가 없으니 그나마 나이먹어서라도 이 운동을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역설적이게도) 엄청나게 국내 골프장들을 찾아다년던 것이 2020년이었고, 잔디는 많이 밟았는데 실력과 체력은 급하락한 해이기도 했다.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나와있던 골프장들이 다시금 부흥의 계기를 맞은 해였고, 골프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았구나 실감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성된 국내의 골프열풍은 2021년에도 여전하다.
동원로얄이라는 이름이 붙은 골프장이 우리나라에 몇몇 있는데 (양산에 18홀, 기장에 9홀이 있음) 통영에 있는 18홀이 메인인 모양으로, 정식 명칭이 동원로얄 컨트리클럽 & 리조트다. 한려수도의 대명사인 통영에 David Dale이 설계했다니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실은 일박이일로 남해를 가려다가 거기는 너무 비싸잖아? 좀 싼데로 갑시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급변경한 목적지다. 작년에 내 조언으로 주식이 대박을 쳤다는 지인이 은혜를 갚는다며 초대하는 일정이라 나는 돈걱정이 없었으나 아무튼 새로운 코스를 찾아나서는 길은 늘 즐겁다. 가는 길은 물론 멀고도 험난했다. 서울에서부터 (내가 운전하지는 않았지만) 막히지 않아도 거의 5시간을 고속도로로 달려야했다. 오랜 겨울을 지난 시점이라 좀 걱정했는데 비교적 잘 관리되고 편안한 코스로 보여서 만족스러운 이틀이었다.
여기는 바다를 매립해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원래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공사기간만 1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대다수 홀에서는 바다를 느끼기 어려운 것이 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라 크게 어렵지 않은 리조트 코스였다. 그리고 몇몇 홀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는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예를 들자면 스타트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한려 코스의 1, 2번이라든지 미륵 코스의 13번은 대단하다. 뭐랄까, 호쾌한 바다를 배경으로 친다기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옹기종기 섬들이 보이는 호수같은 경치인데 한국인에게는 늘 보던 장면일 수도 있어서 감흥이 덜할 수도 있겠지만 광활한 태평양과는 다른 맛이 있다. David Dale 특유의, 티박스에서 바라보면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페어웨이는 여기서도 여전했고, 전반과 후반이 좀 다른 느낌인 것도 좋았다.
아직 4월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누런 페어웨이 잔디가 좀 아쉽지만) 코스의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몇몇 홀의 티박스에 놓여진 매트가 눈에 거슬리긴 했어도 잔디가 많이 올라왔다. 러프를 기르기 힘든 시절이라 페어웨이와 구분이 어려웠고, 덕분에 좀 쉽게 플레이되기도 했다. 경치를 떠나서 이거는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구나 했던 홀들을 꼽자면 . 사실 나는 요즘은 딱히 불유쾌한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골프장에 가더라도 다 좋다. 공이 잘 맞아도 90대 타수를 치기도 하고, 죽을 쑤더라도 스코어는 괜찮을 수도 있는 운동이 골프인데 좋은 시기에 좋은 이들과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하다. 다만 해가 갈수록 운동 후에 피곤함이 더해져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느껴져서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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