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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힐스 순천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36홀 회원제가 지금은 골프존카운티의 일원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왕년의 명성이 어디 가겠냐 했지만 의외로 (주변 골프장들에 비해서) 저렴하게 일박이일 패키지가 나왔길래 무조건 가보기로 했다. 설계를 휴먼골프엔지니어링이라는 곳에서 했다는데 전라도의 해피니스나 태안의 솔라고 등등을 만든 설계회사로, 우리나라 지형을 잘 이해하고 만든다는 게 내 느낌이었다. 국내 최장의 전장이라고 하던데 클럽디 금강보다 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화이트티에서 치는 입장에서는 그날그날의 티박스 운영에 따라 길거나 짧거나 할 것이다. 요즘 관리상태가 별로라는 얘기도 들려왔지만 한때는 잘나가던 회원제였으니까 (10년전쯤에 KPGA 대회도 개최했었는데 당시의 코스는 루비/다이아몬드의 18홀이었다고 함) 은근 기대를 품은 일정이기도 했다.
일요일 오전이어도 좀 막히는 고속도로를 5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클럽하우스는 기대이상으로 고급스러웠다. 반면, 시끌벅적 시장바닥같은 분위기는 저렴한 가격이니 이해하자고 했다. 그래도 첫 홀에서의 어수선함과 대기를 빼면 스무스하고 즐거운 라운드였다. 우리가 첫날에 도는 코스는 루비/다이아몬드의 18홀이었고, 이틀째는 (에메랄드 코스가 보수중이라고 하여) 토파즈/루비 코스였는데 양잔디 페어웨이라서 벌써 초록으로 물든 모습이었다 (가다보니 어떤 홀들은 조선잔디였으니 아마도 잔디를 새로 심는 모양). 산속에 있어서 전형적인 우리나라 골프장이지만 어떤 홀들에서는 저멀리 평야지대가 보이기도 해서 좀 색다른 느낌도 들었다. 좁은 홀이 있는가하면 넓직한 페어웨이도 있었는데 나는 실은 산기슭을 따라서 차곡차곡 쌓은 식을 생각했었는데 좀 의외였다. 그러니까, 길고 좁은 식이 아니라 페어웨이 어디로 티샷을 보내놓아도 그린을 노릴 수 있을 코스였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있었어도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는데 커다랗게 만들어놓은 그린은 관리상태가 별로여서 공이 좀 튀기도 하고, 스피드도 제멋대로여서 살짝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홀들의 연속이었지만 어디서 본듯하면서도 우왕 멋지다 했던 홀들도 몇몇 있었다. 시원하게 내리막에 우측의 호수를 조심해야하는 루비 3번, 세컨샷 지점에서 꽃밭이 아름다운 루비 8번이 대단히 아름다왔고, 다이아몬드 코스에서는 티샷이 호수를 넘어가는 2번이나 심한 도그렉 6번 등등이 인상적이었다. 코스들이 제각각 다른 스타일이어서 지루하지도 않았다. 원래부터 대중제였던 토파즈와 에메랄드 코스는 약간 좁고 짧다고 하나 아기자기하게 예쁘다고들 해서 언제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방문해서 제대로의 골프존카운티 순천을 즐겨보고 싶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에서 가장 호황일 업종이 아마 우리나라 골프장일텐데 내가 골프를 대하는 태도도 최근에 많이 바뀌었다. 추위를 견뎌가며 누런 잔디에서 치는 골프를 극혐했었으나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성수기 못지않게 자주 골프장을 찾고 있으며, 예년같으면 특가요금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시기에 정가를 지불하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코스를 추구하던 코스콜렉터에서 어디라도 불러만주면 간다는 주의로 바뀌었다. 심지어는, 9홀 두바퀴인 퍼블릭은 골프장으로 치지도 않았었는데 가격만 저렴하다면 개의치 않게 되었다. 여기, 골프존카운티 순천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일박이일 가격이 서울근교 주말 그린피보다도 싸니까 (비록 이번에 에메랄드 코스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골프장에는 불만을 가질 여지가 없었다. 한편, 가만 보니까 여러 지방에서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골프치러온 팀들이 여럿 보이던데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시국에 가능한 일인가 그런 생각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