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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도군에 숨은 보석으로 알려졌던 청도 그레이스를 방문하는 날은 영하 10도에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굳이 이런 날씨에 골프를 쳐야겠냐 했지만 모처럼 대구의 지인이 일박이일 일정으로 초대해준 자리라 강행한다 (아마도 초대한 분이나 서울에서 내려간 우리들이나 다들 오늘은 취소하죠 그런 얘기가 목구멍에서 간질간질했을 것이다). 추위에 떠느라, 그리고 어차피 누런 풍경이라 이날은 사진도 몇장 찍지 않았다. 유럽의 성채같은 클럽하우스가 어디서 많이 봤다싶게 익숙한 그레이스 cc는 개장하던 십수년전에는 꽤나 근사한 회원제였다고 하는데 퍼블릭으로 바뀌면서 관리가 영 아니게 되었다고 초청해준 분이 얘기를 한다. 우리야 어차피 누런 잔디만 밟다가 가겠지만 시작하기 전에 바라본 코스가 상당히 멋져보여서 원래는 어땠을까 귱금하기도 했다. 27홀 코스인데 홈페이지에는 "Flneam 사에서 설계한" 이렇게 적혀있으니 대체 이런 회사가 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의심스럽다.
레이크/마운틴/밸리 코스가 이름이니까 어쩐지 뻔한 레이아웃이겠는데 이날 우리는 마운틴/밸리의 순서로 돌았다. 땅도 얼었고, 손발도 얼었으며, 껴입은 내복에도 찬 바람이 스며들어 코스를 즐길 여유가 없는데다가 공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서로가 말없이 각자의 공을 쫓아가다가 그린에서도 대충 퍼팅을 했다. 누런 풍경이지만 가끔 찬바람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바라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코스라는 생각은 들었다. 넓직한 평지에 워터해저드가 적절하게 자리잡아 푸르른 시절이라면 멋질 것 같았다. 마운틴 9번에 이르자 원래 여기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야자수를 심어놓았었는데 주인이 바뀌면서 뽑아내 팔아버렸다고, 그런 쌩뚱맞은 얘기가 나온다. 경상북도 촌구석의 골프장에 야자수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 아닐까 생각했다. 후반의 밸리 코스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는데 6번부터 페어웨이 옆으로 대나무숲이 (비록 앙상한 상태였으나) 근사하다. 해가 기울어가며 추위가 더해가서 간신히 18홀을 마쳤는데 샤워를 마치고 돌이켜보니 나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꼭 다시 와보고픈 골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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