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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날은 18홀만 계획하고 오전 10시의 Tournament 코스 티타임을 잡았던 것인데 의외로 빨리 끝나버려서 Valley 코스도 돌아보기로 했다. Golfnow 검색을 해보니 오후 2시에 $55 티타임이 나오는데 좀 비싼 느낌이라 무작정 부딛혀보기로 하고 프로샵에 가서 리플레이 레이트를 문의했다. 인당 40불을 부르길래 아싸~ 쾌재를 부르며 그런데 혹시 디스카운트는 안되나요 물었더니 그자리에서 10불씩을 깎아주었으니 물어보지 않았다면 큰 실수였겠다. 아무튼 30불씩을 지불하고 스타터 할아버지에게 갔더니 밸리코스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토너먼트 코스를 다시 돌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것이다. 가격의 차이를 감안하면 땡잡은 것인데 (같은 코스를 두번 도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한시간도 안 걸려서 토너먼트의 전반 9홀을 돌고서 보니까 이제는 밸리코스도 사람이 별로 없어보였다. 이런 사연으로 우리는 결국 Valley 1번부터 다시 시작한다.

Tournament와 달리 Valley 코스는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서 그저 무지하게 길기만 하다. 오전에 고생한 탓에 빤히 보이는 넓은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으나 좀 나았다. 그러나 여기도 역시 잭니클라우스 코스였다. 나무가 곳곳에서 그린으로 향하는 우리의 시야를 방해했으며, 커다란 그린의 반쯤은 무시무시한 벙커로 가려져있었다. 와우하고 놀랄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완벽한 잔디상태와 더불어 (블루그래스도 잘만 관리하면 벤트그래스 못지 않은 감촉을 준다) 절대 지루할 틈이 없는 코스다. 해가 저물어가는 순간의 초록 잔디는 언제나 아름다워서 우리나라 여름의 조선잔디 이상이다. 내 수준에서는 드라마틱하고 압도적인 풍광보다는 쳐야할 위치로 공을 보내는 식인 이런 골프장이 더 나았던 것이다.

이제 원없이 골프만 치는 이번 여행도 거의 끝나가니까 내 골프인생에도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겠다 싶다. 한동안은 여기저기, 좋고 나쁘고간에 새로운 코스를 경험하는 것에 맛을 들였었고, 이제는 좀 저렴한 곳으로만 다니려고 한다. 비싼 가격을 고수하면서도 한여름에도 티박스는 매트에 잘 굴러가지도 않는 그린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이제 사절. 좋은 코스에서 좋은 이들과 90타 정도를 치면 나는 만족한다. 내기로 코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도 싫다. 어려운 샷을 열번 도전해서 한번쯤 성공한다거나 안전하게 돌아가는 식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골프가 좋다. 하도 자주 나가니까 내가 뭐하러 이 고생을 하며 기분잡치는 이들과 5시간을 함께 보내는 걸까 그런 날도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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