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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mel이라는 동네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몬터레이 입구에 있는 부촌으로 한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Carmel-by-the-Sea 시장을 하던 동네다. 미서부 여행을 간다면 빠지지 않는 코스인 몬터레이 드라이브를 마치면 대부분 이 동네에 들러서 식사나 쇼핑을 하곤 하니까 잘사는 동네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골프장은 고급 주택가에 딸린 회원제 골프장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일반에게 부킹의 문호가 열렸다고 한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Pete Dye가 만든 유일한 코스라고 하며, 전장이 6천야드 정도라서 파 70이지만 그린피를 $125이나 받는다. 원래는 근방의 The Club at Crazy Horse Ranch를 가려고 했었는데 (여기도 배타적인 회원제였던 곳) 몇달전까지 간간히 퍼블릭 부킹을 받던 것이 최근 다시 문을 걸어잠그는 바람에 대안으로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우정힐스나 이븐데일처럼 Dye 디자인에서 만들었다고 다 피트 다이의 코스는 아니다)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Pete Dye 코스가 된다.
첫 인상으로도 한적하고 고급스런 코스임에는 분명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는 페어웨이는 방금 깐 잔디처럼 완벽했고, 멀리 보이는 계곡의 뷰는 무척 이국적이다. 그런데 계곡 사이의 분지에 자리잡은 전반 홀들은 그럭저럭 칠만한 수준이어서 비가 내리긴 했어고 즐겁기만한 라운드였다. 물도 나오고 숲도 가로막고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했던 전반이어서 두번째 홀부터는 빽티에서 플레이했다. 그러다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코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까마득히 올라가기만 하는 지그재그 파 5인 10번 홀은 황당하지만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리고 이게 바로 다이 코스로구나 (실상은 숨이 차는 거겠지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린 뒷편으로는 참나무 군락이 병풍처럼 둘러쌓였는데 리조트의 로고에서 본 바로 그 나무다.
이 코스에서 진정한 시그너처는 이어지는 11번 홀이지 싶다. 까마득히 아랫쪽의 페어웨이로 티샷을 보내놓으면 거기서부터 다시 까마득히 솟아있는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를 해야하는 것이다. 티박스에서, 그리고 그린에 올라서 숨을 돌리며 바라보는 경치는 이번 골프여행의 백미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 산이 전부인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비슷한 풍경을 종종 보게되는데 Carmel Valley Ranch가 약간 더 드라마틱하지만 새삼 한국의 골퍼임에 행복감도 느꼈다. 그리고 14번까지 정신없이 어려운 홀들의 연속이고, 이후 다시 차분해지지만 200 야드가 넘는 파 3인 16번 홀에서 잠시 긴장하게 된다.
동네와 코스의 수준을 고려하면 지불한 돈이 아깝지 않을 골프장이었다. 파 5가 두개 뿐이었지만 파 4 홀들도 충분히 어려워서 역시나 나는 백돌이가 되었다. 주변에 페블비치나 Cypress Point 등등의 명문 골프장들이 널린 곳인데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근의 호평일색인 코스들인 Rancho Canada, Quail Lodge 등등과 묶어서 몇일 지내도 좋을 곳이다. 이번 닷새간 일곱번의 라운드로 쓴 돈이 이번에는 $500 가까이 되니까 페블비치 한번의 라운드 비용인데 뭐 감당할 수준이긴 하지만 작년 이맘때 이쪽 동네에서 썼던 금액의 두배를 넘겨버렸다. 귀국하면 한동안 돈이나 벌어야겠다.














아래의 동영상은 몇년전에 페블비치를 배경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고) 아놀드 파머가 플레이 속도를 높이자는 캠페인으로 찍은 것인데 처음 tv에 나오던 당시에는 무척 재미있었고, 지금은 볼 때마다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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