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ation, Celebration, FL

플로리다 올랜도는 다들 아시다시피 놀이공원의 천국인데 쉬고 놀고 하자면 골프가 빠질 수가 없다. 막상 올랜도 다운타운은 상당히 삭막한 도시지만 시내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부에나비스타 호수 근방에 컨벤션센터, 호텔, 테마파크 등이 몰려있어서 우리같은 방문객에게 올랜도는 도심이 아니라 디즈니월드 주변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골프장이 가장 많은 주가 플로리다라고 하며, 올랜도 주변에 당연히 가장 많이 몰려있다. 디즈니월드 조금 아랫쪽에 위치한 Celebration이라는 도시에 있는 18홀 코스가 이번에 소개할 골프장이다. 처음에 알아볼 당시에는 전날 저녁에 투숙한 Bohemian Hotel Celebration에 딸려있는 골프장인가 했는데 막상 와보니 이 Celebration이라는 동네가 리조트라기보다는 골프장을 포함한 커뮤니티 비스므레해서 어떤 부동산업자가 도시를 개발하면서 만든 코스가 아닌가도 싶다. 어찌 되었든 이쪽 동네 올란도에는 웬만한 호텔이나 리조트에는 골프코스가 딸려있는 (반대로 골프장에 호텔이 부속으로 붙어있는 것인지도) 상황이지만 손꼽히게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올란도의 좀 괜찮다는 골프장의 겨울철 그린피는 $100 밑으로는 잘 없지만 호텔에 묵으면서 골프 패키지로 예약을 한 덕에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물론 방값은 비싸지지만) 운동이 가능했다.

Robert Trent Jones의 (특이하게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참여) 설계로 1996년에 개장한 Celebration은 늪지대에 만들어지는 플로리다 골프장의 전형이지 싶게 거의 대부분의 홀들이 워터해저드를 끼고 있다 (물이 보이지 않는 홀은 파4 두번째 홀 뿐이다). RTJ가 디자인한 골프장에서의 악몽은 예전에 시카고 인근의 Thunderhawk 골프장과 한국의 오크밸리가 생각나서 내심 긴장했으나 당시와는 달라진 실력 탓인지 도전적인 코스가 이제는 싫지 않았다 (물론 스코어는 여전히 처참ㅠㅠ). 국내에도 그가 (아버지든 아들이든) 만든 코스가 오크밸리 말고도 몇몇 있는 것으로 아는데 횡성의 웰리힐리라든가 제주 스카이힐 같은 곳은 아직 가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의 내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아무튼 오전 첫 티타임으로 7시에 갔더니 기온이 섭씨 15도 정도로 꽤 추위가 느껴졌어도 거의 골프장을 전세낸 수준. 카트에는 얼음이 가득한 쿨러와 수건이 준비되어 있었고, 프로샵에서 처음 체크인할 때 혹시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뭐라도 먹고 갈 계획이냐고 묻길래 "음.. 아뇨.." 그랬더니 무료 점심식사 바우처를 주는 것이다. 덕택에 Celebration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에서 9점으로 올라갔다. 1번 홀로 가려니 만나게 되는 스타터 할아버지는 친절하게 코스를 설명해주고는 영화 "트루맨쇼"를 여기서 찍었다고 대화를 끝낸다. 아무튼 RTJ의 명성에 걸맞게 티박스 선택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는 코스인데 스코어카드에 의하면 빽티에서의 슬로프 레이팅이 140, 골드티에서는 6566 야드에 슬로프는 135라고 한다.. 헐~ 쌩초보 시절에 왔다면 공을 백개쯤 챙겨왔어도 모자랄 코스인데 이제 연못을 넘기거나 하는 티샷에 공포는 벗어날 정도는 되었기에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RTJ의 설계철학인 "Hard par & easy bogey"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실력이 되어야 실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스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굉장하다. 무지 어려우면서 멋지다. 다만 그린은 수준에 걸맞지 않게 느려서 180 야드 지점에서 친 5번 우드샷이 그린 앞쪽에 떨어져서는 바로 옆에 멈춰버리는 수준이다. 초보에게는 고맙기도 하고 이 동네 날씨 탓에 잔디를 덜 깎았을까? 싶었지만 이후에 친 다른 골프장들의 그린이 미쳐버릴 정도로 빨랐던 것을 감안하면 Celebration의 그린 상태는 좀 아니었다. 야생동물이 종종 보이는 것은 다른 플로리다 골프장도 마찬가지지만 악어나 방울뱀같은, 뭐 그런 무시무시한 것보다는 들쥐를 낚아채어가는 독수리를 페어웨이 중간에서 목격한 것은 조금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