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는 오전에 Chino Creek 18홀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서는 (한국에서 싸온) 전투식량 비빔밥 조리를 시작했다. 음식이 익어가는 십여분동안 나는 다시 프로샵으로 들어가서 오후를 준비하기로 했는데 주지하다시피 여기는 36홀 골프장이기 때문에 다른 코스인 Butterfield Stage에서 오후에 리플레이 가격을 물었다. 그런데 프로샵의 직원은 내 말을 듣자 은근 당황하는 눈치.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인당 20불씩 내라고 하는데 아싸 생각보다 싸구나 지불하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여기는 그냥 아무 말없이 1번 홀로 가서 다시 쳐도 되는 분위기의 골프장이었다. 20불 날린 건가? 하면서도 정직하게 살아야지 그렇게 위로하며 아무도 없는 골프장 앞을 가로질러 Butterfield Stage에서 오후의 라운드를 시작했다. 코스의 이름에서 (처음에 나는 "Butterfly" Stage라고 읽었음)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꽃밭을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18홀 내내 날파리와 개미로 (땅에 버터를 발라놓았는지) 고생했다. 물론 오전에도 신경쓰였던 고압선과 총소리는 이쪽 코스에서도 여전했다.

그런데 후진 골프장에서 고생만 했느냐 하면 반대로 나는 이쪽이 더 재미있었다. 연습이나 하자며 남은 거리에 상관없이 잡은 아이언이 괜찮게 맞아주었고, 그린 주변에서의 칩샷이나 퍼팅도 잘되어서 스코어도 좋았다. 그저 공이 잘맞는 곳이 좋은 골프장이라고도 하는데 Butterfield Stage가 딱 그랬다. 이쪽 코스는 그야말로 평평한 잔디밭을 앞으로 갔다가 뒤돌아오는 그런 디자인이었다.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들이 있어도 크게 방해되는 일이 없었다. 넓은 페어웨이로 시원스럽게 티샷을 날렸고, 공이 어디에 떨어지건간에 다음 샷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나마 (아름다운) 파 3 홀들이 David Rainville 스타일로 포대그린이어서 파의 행진을 방해했을 뿐이었다. 공도 그럭저럭 맞아주어 재미있게 쳤고, 무엇보다 여기는 (코로나 이후의 골프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가했다. 가격도 적당하면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혼자 와서 샷을 연습한다면 추천.


'미국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nks at Summerly, Lake Elsinore, CA  (1) 2022.11.30
Morongo (Champions), Beaumont, CA  (0) 2022.11.26
El Prado (Chino Creek), Chino, CA  (0) 2022.11.21
Jurupa Hills, Riverside, CA  (0) 2022.11.18
Green River, Corona, CA  (0) 2022.11.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