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Prado (Chino Creek), Chino, CA

LA 동부의 부촌들 중에 하나인 Chino Hills 근방에 있는 (다만 코스가 위치한 Chino 시는 좀 험해보였음) 36홀 골프장인 El Prado는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가성비로도 나름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1975년에 Harry와 David Rainville 설계로 문을 열었고 (우리나라에도 캐슬파인과 블루헤런이 David Rainville 설계의 골프장들), Chino Creek 코스의 18홀과 Butterfield Stage라고 이름붙은 18홀이 있다. 여기를 굳이 오기로 한 이유는 36홀 골프장이기 때문이었고, (카트 포함) 그린피 40불은 예전에 비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가격이 정가일 것이고, 코로나 이전에 흔했던 프로모션이나 핫딜이 많이 없어진 것이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어느쪽 코스를 오전에 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 양쪽이 다 비슷하다는 평을 인터넷에서 읽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Chino Creek이 살짝 더 어렵다고들 했다.

골프장의 진입로부터 좀 생활수준이 떨어져보이는 주택가 사이로 들어오기 때문에 (인근에 교도소가 있다) 큰 기대는 접었고, 프로샵을 나와서 보니 커다란 드라이빙 레인지에만 사람들이 붐빌 뿐 라운드를 즐기는 이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로칼들만 오기 때문인지 표지판 따위도 없어서 잠깐 헤맨 후에 Chino 1번에 서서 보니까 버뮤다 잔디로 조성된 페어웨이라 아름답지는 않았어도 잔디의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스코어가 중요한 라운드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골프여행에서는 주로 블루티에서 플레이했는데 여기는 좀 긴 편이라서 대부분의 파 4 홀에서 하이브리드나 롱아이언으로 세컨샷을 했다. 내가 드라이버 티샷이 짧은 편이기도 하고, 가장 약점이 롱아이언 정확도라서 GIR을 못하고 그린 주변에서 설거지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연습이 많이 되었다 (다만 나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수준에는 화이트티 플레이가 적당하다). 가끔은, 좀 좋은 코스에 가면 빽티에서 플레이하고픈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긴 한데 여기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고, 그저 아이언샷을 연습하고 싶었다. 보통 긴 골프장들은 중간중간에 비교적 짧게 플레이되는 홀들을 끼워넣어서 밸런스를 맞추지만 이 골프장은 거의 모든 홀들이 (블루티에서는) 길었다. 파 3 홀들이 모두 180에서 200 야드 정도인 것이 특히 좀 아쉬웠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름답다는 말은 절대 하기 어려운 지역이었고, 바로 옆에 사격장이 있는지 라운드 내내 총소리로 시끄러웠다. 총소리 중에서도 사격장이 아닌 곳에서 나는 것도 있었는지 중간중간에 시끄러운 경찰차 사이렌도 자주 들었으니 겉보기에도 허름한 주변 주택가에 사는 이들에게는 골프장 앞이라고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더 신경쓰였던 것이 후반 홀들에서 내내 머리위로 지나가는 고압선들이었는데 카트를 타고 플레이할 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린에 서서 퍼팅을 하자면 고압선에서 울려오는 지지직 소리가 상당히 무섭고 거슬렸다. 어디를 찍어도 비슷하게 나오는 풍경이었고, 다만 연못을 넘어가는 아름다운 파 3인 7번, 그리고 티샷이 넓은 개울 (이 개울의 이름이 Chino Creek이다)을 넘어가야 했던 18번이 비교적 인상적이었다. 주변에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올 골프장은 아니었으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36홀 코스에 비교적 평탄하고 한적해서 샷을 가다듬으러 왔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