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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Remington 골프클럽에서의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바로 근처에 있는 Kissimmee Bay 컨트리클럽으로 간다. 여기도 Lloyd Clifton 설계의 18홀 골프장인데 (개장년도가 1990년이니 Remington 보다 십년쯤 오래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십몇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지금은 50불 가까이를 받는다.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종종 느끼는 것이, 비싸면 비싼만큼 좋지만 가끔 싸고도 괜찮은 골프장을 만나기 때문에 그런 기쁨을 위해서 나는 여기저기 새로운 곳을 찾아다닌다. 이 설계자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우왕 놀랄 일은 없으나 크게 실망하지도 않을) 전형적인 골프장을 만든다는 느낌이었는데 관리에 들이는 정성이 경험을 좌우하게 된다. 여기도 오전에는 outing이 있었는지 술에 취해 즐거워보이는 이들이 클럽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2시를 조금 넘겨서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로 축축 늘어진 상태로 친다. 페어웨이부터 그린까지 버뮤다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며, 군데군데 감염된 스팟이 보이는 그린은 생각보다 빠르면서 브레이크는 덜먹는 식이어서 어려웠다. 플로리다의 4월이었으니 더위에 몸은 힘들어도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잔디로 한껏 아름다운 시절이다. 전반의 홀들을 치다보니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가 울창했고, 도그렉에서는 꺾어지는 지점에 키가 큰 나무가 있어서 시야를 방해한다. 특히 9번 홀은 거의 유턴하듯이 어프로치하는 파 5 홀이어서 코스를 모르고 도전한다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멋진 홀이었다. 그런데 이 골프장은 전반과 후반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라서 독특했다. 전반에서 나무와 숲으로 고생했다면, 후반의 홀들에서는 물을 넘어가거나 양측에 호수가 있는 홀들이 대부분이라 한층 어려워진다 (동시에 근사한 경치였다). 최고의 홀이라면 나는 짧지만 티박스 우측으로 마치 바다같은 호수가 보이던 파 3인 16번을 꼽겠다.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던 골프장을 저렴하게 플레이해서 기뻤고, 다만 더위로 지쳐서 터무니없는 샷들이 몇번 나온 것이 아쉬웠다.
참고로 이날 저녁에 우연히 이메일 스팸폴더를 들어가보았더니 이 골프장에서 프로모션 메일이 와있었다. 인당 32불에 카트, 레인지볼, 맥주 등이 포함된 가격이어서 (이런 중요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왜 스팸으로 분류되었는지...ㅠㅠ) 억울한 생각도 들었는데 만약에 그렇게 왔더라면 더욱 평가가 후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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