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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다시 올란도의 Grand Cypress 뉴코스에 도전한다. 여기는 Jack Nicklaus가 설계한 54홀(이었던) 대단지 골프장인데 원래는 북/남/동 코스의 27홀이 있었고, 옆으로 New 코스라고 불린 18홀이 따로 있었다. 지금은 New 코스의 이름이 The Links 코스로 바뀌었는데 이쪽은 잭니클라우스가 디오픈 우승을 기념하며 St. Andrews Old 코스에 대한 오마쥬로 만들었기 때문에 뉴코스보다는 더링스가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다. 다른쪽 27홀은 Florida 코스라는 이름의 18홀 코스로 리노베이션이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Hyatt Regency Grand Cypress의 투숙객에게만 개방하고 있어서, 그리고 예전 경험으로 그쪽은 좀 평범한 플로리다 골프장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우리는 The Links 코스를 기쁜 마음으로 재방문했다. 여기는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골프장을 플로리다 늪지대에다가 카피해놓은 코스이기 때문에 오래전 기억으로는 골프를 쳤다기보다 어디로 가야하나 페어웨이 한가운데에서 멘붕에 빠졌던 기억만 남아있어서 언제가 다시 도전하리라 했었으니 일종의 설욕전이자 오랜 코로나 사태가 끝나서 드디어 다시 와보는구나 감격에 찾은 셈이다. 물론 스코틀랜드 골프장이 진짜 이런지는 가보지 않았으니 모른다. 더운 날씨에 푸른 하늘이니까 바다도 보이지 않는 중부 플로리다의 링크스 코스는 좀 억지같고, 솔직히 잭니클라우스 같은 거장이 다른 코스의 레플리카를 만들었다는 것에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로서는 오리지날을 접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뭐라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굳이 올란도 여기다가 '짝퉁'을 가져다놓을만큼 엄청난 코스인가는 잘 모르겠다. St Andrews 올드코스는 사실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대로라고 하던데 아무튼 늘상 가던 미국식의 골프장하고는 영 다른 느낌. 특히 그 유명한 Swilican 다리가 18번홀 너머에 만들어져 있고, 사진과 영상으로 수없이 봐왔던 그 다리위에서 플로리다의 햇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우리도 뭔가 감동스런 느낌을 받는다.

1번 홀의 티박스에 서면 (티박스도 그린하고 똑같이 잔디를 깎아놨는데 1번 홀만 그렇다) 18번 홀과 공유하는 (응?) 페어웨이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러다 누구 맞추지 싶어 걱정스러워도 tv에서는 종종 봐왔던 익숙한 장면이다. 스코틀랜드 코스의 재현이라고는 해도 잔디도, 햇살도, 공치는 사람들의 복장도 여기는 플로리다 한복판임을 말해준다. 신기한 장면이 또 하나 있는데 그린과 페어웨이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그냥 같은 잔디인데 조금 살짝 더 눌러놓은 지역에 핀이 꼽혀있을 뿐이다. 이 역시 tv에서 브리티시 오픈을 보며 신기해했던 그 모습이다. 파 3 홀에서도 카트가 그린 입구까지 들어가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그런데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언제 기회를 봐서 스코틀랜드를 한번 다녀오려던 계획은 좀 미뤄두기로 했다. "링크스"라는 코스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원래 링크스의 정의는 스코틀랜드에서는 해안과 내륙의 농지 사이에 위치한 황무지를 말한다고 한다. 여기는 나무가 (거의) 없고, 바람이 늘상 불어대는 모래땅이라 빗물이 고일 틈이 없으며, 군데군데 무성한 잡초가 자라는 지역이다. 수많은 벙커는 바람에 모래가 날아가지 않도록 깊게 파여져있어야 한다. 올란도 디즈니월드 지역은 백년쯤 전까지 사탕수수 농장이었다가 버려진 황무지였다고 하며, 이를 개간하여 놀이공원도 만들고 호텔도 짓고 골프장도 만들고 했다고 하니 아무튼 (바다가 옆에 있지는 않아도) 링크스 코스의 여건은 갖춘 셈이다. 스코틀랜드에는 골프장들이 다 이렇게 생겼을텐데 OB 걱정없이 힘껏 때리고, 대신에 그린에 공을 올리는 샷, 퍼팅에 집중하는 식의 골프를 쳐보고 싶어졌다.
 
플로리다의 올란도라는 동네가 실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미국이었다. 20년쯤 전에, 비행기를 갈아타가며 꼬박 하루를 날아서 처음 접한 미국이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였으니 내가 생각하는 이 나라의 이미지가 그때 각인되어버렸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후에 거의 매년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갔던 곳이고, 그러나 2019년 이후 3년만의 재방문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컨벤션센터와 놀이시설 말고도 골프장까지 많은 동네인데 몇백불씩 받는 고급 리조트 코스에서부터 가성비 쩌는 퍼블릭까지 구미에 따라 골라다닐 수 있지만 오랜만에 왔더니 체감하는 그린피가 전보다는 많이 올랐더라. 코로나를 겪으면서 골프비용이 폭등한 것으로 치자면 대한민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을 것이므로 이해는 되는데, 나도 사고방식이 좀 바뀌어서 전에는 어떻게든 싼 프로모션 요금을 찾자는 주의였지만 이제는 비싸더라도 가고싶으면 가겠다 식이 되었다. 가령, 몇년전에는 King's Ridge 등의 가성비 골프장을 찾아서 이십몇불에 쳤지만 지금은 숙소에서 가깝고 유명한 코스에서 백몇십불이라도 기꺼이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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