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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호텔의 브랜드가 전세계에 여럿 있지만 당연히 플로리다의 올란도에도 리츠칼튼이나 포시즌스, 왈도프 아스토리아 등이 디즈니월드 근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으며, 대개 럭셔리한 골프장을 끼고 있다. Waldorf Astoria 골프클럽은 원래는 디즈니월드 리조트에 포함되어 만들어진 곳인데 당시의 이름은 Bonnett Creek 코스였다 (비슷하게 디즈니 Osprey Ridge 코스는 Four Seasons 리조트가 구입하여 지금의 Tranquilo 골프장이 되었다). Rees Jones 설계에 티타임 간격이 10분인 Waldorf Astoria에 손이 떨려가며 부킹했는데 수준급 코스에서 일요일 오전에 230불 정도는 낼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로 코스가 명성대로 좋을지는 가서 봐야할 것이었다.

디즈니월드 정문을 통과해서도 한참을 가면 호텔과 골프장이 나오는데 클럽하우스 입구에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남다른 경험이 시작된다. 발렛파킹이라서 그냥 내리면 직원이 클럽을 내려서 카트에 실어준다. 프로샵에서 계산하고 내려가면 바로 앞에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다. 대단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연습장에는 테일러메이드 TP5가 잔뜩 깔려있었고, 페어웨이와 똑같은 품질의 잔디에서 한참을 쳤다. 연습그린에도 (비록 PRACTICE 글자가 새겨져있었지만) 공들이 널려있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두어개를 주머니에 넣고는 그걸로 18홀을 쳤다. 티타임이 되어 1번 홀로 가면 스타터 할아버지가 카트의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물을 가득 넣어준다. 대한민국 골프장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미국에서는 돈낸만큼 대접받는 기분이었고, 올란도의 더운 날씨에서는 더더욱 특별한 호의로 느껴졌다. 첫 홀을 시작하면서 보기에도 소문대로 멋진 경치에 완벽한 상태의 잔디였다.

주변에 보이는 호텔들과 새롭게 지어지는 (좀 보기흉한) 건물들의 제외하면 여기가 테마파크와 가족여행의 메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공간이었다. 페어웨이는 물결치듯 오르고 내리며, 물과 숲이 많은 코스였으며, 빠르면서 경사도 심해서 어려운 그린에서의 라운드였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보니까 golfshot 등의 코스맵과는 많이 달라진 홀들이 나오는데 아마도 리노베이션을 했거나 건물을 지으면서 레이아웃이 변경되었을 것이다. 카트에 달려있는 GPS 시스템이 꽤나 정확해서 코스를 공략하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으나 페어웨이가 울퉁불퉁해서 공이 떨어진 자리에 따라서는 어프로치가 어렵기도 했다.

이날 나는 화이트티에서 쳤는데 홀들의 전장이 적당해서 리조트 골프장다왔으나 Rees Jones 코스의 참맛을 느끼려면 블루나 블랙티에서 쳤어야 했다고 본다. 물론 그린 주변에 벙커나 해저드가 배치되어서 버디의 기회는 많았지만 파가 보장되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왼쪽에는 호수가, 오른쪽에는 무시무시한 벙커들이 이어지며 살짝 돌아가는 파 4인 13번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나는 느꼈고, 과연 돈값을 하는 골프장이어서 홀마다 감탄하며 쳤다. 한편, 16번 홀을 치는 도중에 뇌우경보 사이렌이 울렸고, 잠시후에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무섭게 쏟아져서 결국 마지막에는 쫄딱 젖어버려서 좀 미련이 남는 라운드가 되었다. 하지만 카트를 몰아서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더니 금새 해가 쨍쨍해졌는데 직원에게 좀 아쉬움이 남는다고 얘기했더니 다시 나가서 마지막 세 홀을 치고 오시라고 얘기해서 감동하여 울컥한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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