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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Pleasanton 시내로 잡았더니 실상은 가장 가까운 (퍼블릭) 골프장이 여기였는데 별로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가격을 비싸게 받길래 도리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Brian Costello와 Mike Poellot이 설계한 것으로 나오니까 우리나라에서라면 블랙스톤이나 360도 정도를 예상하면 되겠는데 위치가 캘리포니아니까 산악코스는 아닐 것이고, 페어웨이는 울퉁불퉁 물결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비가 연일 내리는 날씨지만 이제 자포자기 심정으로 문닫지만 말아라 했고, 토요일 오전에 인당 83불의 값어치를 할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다행히 비는 거의 그친 상태에서 골프를 시작했는데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우리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없는 날이었다. 페어웨이 곳곳이 질척거리긴 했으나 어제보다 훨씬 나았고, 다만 카트길로만 다닌 것이 아쉬웠다. Brian Costello 답게 무시무시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벙커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저멀리 디아블로산과 언덕들이 이국적이었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보니까 그새 팀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밀리는 모습이라 일찍 시작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 네명이 3시간 조금 넘게 18홀을 마쳤으니 대단히 스무스한 페이스였다.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오전 라운드가 일찍 마쳐야 점심먹고 오후의 골프장으로 이동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Callippe 보존구역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만 사는 희귀종 나비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코스를 따라 주택들이 들어섰지만 여느 골프장 커뮤니티라기보다는 소키우는 농장주들의 집이 아닐까 싶게 시골동네다. 그린피가 비쌀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하였는데 40불 정도라면 최고로 만족할만한 경치와 관리상태였지만 80불을 넘긴다면 좀 이상하다. 한가지 가능성이라면, 멸종위기에 처한 나비 보호를 위해 비싼 골프장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왕래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닐런지? 코스는 만족스럽다. 그리고 역시 Brian Costello 코스의 전형이라고 생각된다. 코스의 전반이 아름다왔다면 후반의 홀들은 점차 날을 세운다. 오르막에 좁아지고 길어진다. 10번은 넓은 페어웨이를 향해 시원스런 티샷을 하는 파 4 홀인데 세컨샷 지점으로 가면 왼쪽 도그렉으로 저멀리 솟아있는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한다. 정확성이야 당연히 필요하지만 세컨샷이 정확하면서도 멀리 가야만 하고, 약간만 벗어나거나 짧으면 비극이 시작된다. 이어지는 11번도 파 4인데 길지도 휘어있지도 않지만 그저 똑바르게 오르막 (그것도 엄청난 오르막)이다. 긴 우측 도그렉인 17번과, 540야드에 이르는 18번은 그럭저럭 파를 잡아오던 골퍼에게 결국 멘붕을 선사하고 끝낸다. 재미있는 코스이긴 한데 어째 잘나가다가 막판에 연습좀 더 하고 오거라 꾸짖는 라운드같아서 이상하다. 대개의 우리나라 코스들은 점차 어려워지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의욕을 북돋아주는 식인데 Callippe Preserve는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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