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항상 일본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오곤 했으나 이번에는 일주일 휴가를 낼 수 있어서 몇일간 평일 골프를 즐겨보고자 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서 처음으로 찾은 골프장이 여기, 히가시치바 컨트리클럽 (東千葉カントリークラブ)인데 오로지 공항에서 가깝고, 가격이 적당해보여서였다.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보니 1977년에 개장한 36홀 골프장이고, 설계를 스즈키 노리오 (鈴木 利夫)라는 분이 하셨다고 한다. 이 노리오 씨는 70년대에 일본 골프계를 평정한 프로골퍼로 어려서부터 캐디를 하다가 1976년에 예선을 거쳐 처음 출전한 브리티시 오픈에서 10위에 올라서 (일본만화 바람의 대지 비슷한 스토리인데 만화에서는 주인공인 오키타 케이스케가 우승함) 유명해졌다. 나는 해외에 나가서 골프를 치면 매일 최소 36홀을 치는 사람인데 일본은 그러기가 어려운 것이, 보통은 18홀을 연속으로 (스루플레이라고 부른다) 치게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오후에 시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이날처럼 12시 이후에 시작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아무튼 어느 코스로 칠까 고민하다가 서코스로 부킹했는데 어느 쪽이 좋을지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으나 보통 일본 골프장은 (설계자가 다른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비슷하게 생겼다. 일본의 골프장들이 다들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버블 시대에 만들어졌던 코스를 재정비하거나 리노베이션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한국은 좀 추워졌는데 아직 일본은 (오후라서 그런가) 아직 반팔이 어울리는 날씨였다. 낡아보여도 깔끔한 클럽하우스에서 체크인하고 바로 카트로 가서는 스무스하게 1번 홀부터 시작했다. 오후의 스루플레이라서 라커를 쓸 수 없었고, 중간에 점심시간도 없다 (그래도 가격은 식사가 포함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당 8천엔). 앞의 팀 티샷을 바라보면서 좀 기다려야 했기에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는데 동코스는 좀 길고 터프한데 서코스는 플랫하면서 아기자기하다고 나와있다. 나는 항상 짧게 치기 때문에 이쪽으로 하길 잘했구나 싶었다. 잔디의 상태는 가을철답게 완벽했고, 투그린에 그린 주변으로 벙커가 무섭게 잔뜩 자리잡은 식의 코스였다.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가 울창해서 공이 조금만 벗어나도 그린을 노려보기가 힘들었다. 핸디캡 1번인 4번은 전장이 긴 좌측 도그렉이었는데 가장 좋은 위치인 페어웨이 우측으로 공을 잘 보냈지만 (새벽부터 나오느라 힘들었던지) 샷이 시원찮아서 간신히 세번만에 그린으로 공을 올린 것이 좀 아쉬웠다. 최고로 근사했던 홀은 물을 건너가는 내리막 파 5인 15번이었고, 티박스에서 바라본 경치가 압권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린까지 불규칙한 형태의 벙커들이 모여있는 것도 멋있었다. 오후에 시작해서 거의 해가 지는 시점에 18홀을 간신히 마친 것이 아쉬웠고, 이번에는 아니라도 언제고 다시 와서 동코스도 쳐보고 싶어졌다. 끝내고 차를 빼려는데 그때부터 비가 내렸는데 거의 폭우 수준으로 와서 가뜩이나 낯선 일본 도로에서 숙소까지 고생한 것도 (아무튼 무사히 갔으니까)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시아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onlake Mobara, Chiba, Japan  (0) 2023.10.18
Tokyo Bay, Chiba, Japan  (1) 2023.10.14
Manna (Gary Player 코스), Chiba, Japan  (0) 2023.08.13
Manna (Manna 코스), Chiba, Japan  (0) 2023.08.09
Kurakake, Hakone, Japan  (0) 2023.08.0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