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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주말 이틀간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데 치바 현으로 넘어가려니 온통 골프장밖에 없어보이는 동네라서 오히려 선택장애가 왔다. 결국 45홀짜리 리조트에서 숙박하여 이틀간 골프치는 플랜을 찾아내었는데 "리솔 (Resol)의 숲"이라는 대단위 스포츠 리조트이고, 여기에 딸린 골프장이 만나 컨트리클럽 (真名カントリークラブ)이다. Manna 코스가 27홀에 Gary Player 코스 18홀이며, 1박2일 플랜에는 4끼의 식사와 숙박도 포함이다. 2인 플레이를 하려면 인당 천엔의 추가금을 내야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것이 어디냐 싶었다. 더위가 극성인 8월초에 (한국보다 덥다는) 일본 도쿄 근교에서 치는 골프.

Manna 코스의 27홀은 쿠스노키 (くすのき), 코부시(こぶし), 츠츠지 코스(つつじコース, 다른 코스의 이름은 뜻을 모르지만 이쪽은 진달래라는 뜻을 애니를 통해 알고있었다)로 나뉘어져 있고, 우리가 첫날 치는 18홀이 쿠스노키/코부시의 순서였다. 1976년에 개장한 올드코스답게 투그린 시스템에 나무가 울창했다. 설계자로는 이즈미 이치스케 (和泉 一介)와 이즈미 이카이 (和泉 道生) 씨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  아마도 형제지간이나 부자가 아닐까 싶다. 둘다 일본에서는 유명한 코스 디자이너인 모양으로 특히 이치스케 씨는 태국 Siam Old 코스를 처음 디자인한 분으로 유명하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티타임을 기다리는 짧은 동안에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 그런 날씨였다. 쿠스노키 1번 홀에서 바라보니 평지 페어웨이에 무성한 숲으로 자연스레 도그렉이 되는 식이라 야 이거 어렵겠구나 싶었다. 잔디의 상태는 썩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더위에 군데군데 누렇게 색이 변했을 뿐 공치기에 나쁜 컨디션은 아니었다. 엄청나구나 싶은 홀은 딱히 없었는데 (애초부터 이런 평지의 파크랜드 스타일은 드론이라도 띄워서 위에서 보지 않으면 좀 밋밋하다) 그린마다 주변에 어마어마하게 벙커가 자리잡고 있어서 도대체가 그린으로 공을 올리지 못하면 돌아갈 구석이 없다. 벙커가 그린 엣지에서 거리가 좀 있는 디자인이어서 탈출은 쉽게 하더라도 스코어가 좋을 수가 없었다. 이런 홀들이 계속되니 덥고 지친다. 중간에 식사시간 한시간이 포함된 일본의 골프문화를 예전에는 좀 이상하게 느꼈으나 뙤약볕 아래에서 두어시간에 걸쳐 전반 9홀을 돌고나니 완잔히 녹초가 되어 꿀같은 휴식이었다. 맛있는 (그린피에 포함된) 점심식사후 간단하게 샤워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니까 그래도 좀 살아나서 후반인 코부시 코스도 그럭저럭 돌았다. 양측 코스가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느낌이라 츠츠지 코스를 경험하지 않았어도 크게 아쉬움은 없다 (그럴 기운도 없었다).

18홀을 마치고 라커키를 반납하며 계산을 언제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숙소에서 잘 주무시고, 다음날 게리플레이어 코스까지 다 친 다음에 총액을 결제하면 된다고 한다. 고객을 너무 믿는 거 아닐까 그런 걱정까지 하면서 숙소인 Hotel Trinity Shosai의 독채 통나무집에서 씻고 쉬었고, 저녁은 인근 레스토랑에서 가이세키 요리로 먹었는데 모두 패키지에 포함이었다. 아무리 일본의 골프비용이 저렴하다고 듣기는 했어도 일박이일 패키지의 모든 경험이 다 고급지고 행복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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