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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가 지나서 다시 찾은 캘리포니아. 미국에 올 일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동남아나 일본에 맛이 들어서 장거리 비행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튼 오전에 LA 공항으로 들어와서는 렌트카를 찾아서 곧장 이쪽으로 왔다. 여기는 디즈니랜드 바로 인근에 있는 골프장인데 그저 가격이 (12시에 카트 포함해서 인당 37불) 저렴해서 골랐다. William Park Bell 설계로 1929년에 개장한 퍼블릭이니 코스 자체에는 별로 기대는 안되었지만 오랜 비행 후에 시차적응을 위해 몸을 풀기에는 적당했다. 고속도로를 통하면 좋을텐데 사고가 났는지 구글맵이 Compton 시를 통과하는 루트로 안내해서 살짝 긴장하면서 운전했으나 한편으로는 갱스터 힙합의 발상지를 차창 너머로나마 구경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LA행 KE017 편은 앞으로 타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A380으로 운영해서 너무 많은 사람이 타는데다가 비슷한 시각에 아시아나 항공편도 도착하기 때문에 입국수속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계획상으로는 오전 8시반 도착이고, 입국과 렌트카 빌리는 시간까지 감안해도 12시 티타임은 널럴하다고 보았는데 실제로는 빠듯해서 점심도 걸렀다. 아무튼 프로샵에서 돈을 치르고 1번 홀로 나갔더니 (입지는 너무 좋은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잘못 왔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고, 티박스에서 바라보니 그저 앞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식이기는 한데 잔디는 괜찮게 보였다. 막상 페어웨이로 들어가보니 잔디반 맨땅반 수준이어서 공을 조금씩 옮겨놓으며 쳤다. 카트를 페어웨이로 몰고 들어갈 수는 있는데 땅이 워낙 울퉁불퉁해서 차라리 카트길로만 다니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였다. 사실, 이런 골프장이 미국의 전형적인 공립 (municipal) 코스라서 샷을 연습하기에 딱이고, 그래도 그린만큼은 잘 관리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샷 하나, 퍼트 하나 이렇게 치면 스코어가 좋을 것이다(만 몸이 피곤하고 하면 대충대충 치는 경우가 많다). 페어웨이 양측으로 나무가 늘어서있는 식이라 익숙하긴 한데 나무 근처에는 잔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페어웨이로 공을 빼놓고 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 기준에 최악이던) 인근의 Links at Victoria 수준이던 코스 컨디션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좀 나아지긴 했다. 페어웨이가 넓고 장애물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는 피곤해서 별로였지만) 신경써서 친다면 좋은 스코어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도그렉인 15번과 16번의 파 4 홀들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았던 것을 보면 나는 그린이 빤히 보이게 똑바른 홀보다는 좀 돌아가게 치는 경우에 (에라 모르겠다 식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 잘치는 것 같다.
훌륭한 코스였다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내 평생에 다시 와볼 일은 없을 곳이지만, 그야말로 돈값은 하는 (환율을 고려해도 인당 5만원 미만) 골프장이었다. 2주쯤 전에 골프장을 검색하면서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려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그나마 티타임이 남아있고 저렴하기까지 해서 여기를 잡았던 것인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더 괜찮아보이는 곳들도 나와서 고민을 좀 했었다. 취소하고 다른 골프장을 잡을까, 하지만 어차피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이니 한번은 경험해본다 생각했고 그걸로 족했다. 라운드를 마치고 근방에 어디 한식집이 있나 찾아보니 웬걸 이쪽 동네는 내가 남가주에 올 때마다 들르던 순두부집이 있는 가든그로브 인근이었다. 숙소로 잡은 부에나파크 지역도 한인촌이긴 한데 몇년전보다 한국사람들이 훨씬 늘어난 느낌이었다. 외국에 가서 굳이 한식을 먹어야하느냐 그런 생각을 나도 오래전에는 했더랬는데 여행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익숙한 지역에서 골프나 치자고 생각하면 음식에 고민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익숙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잘 자면 그만이다. 걸어갈 거리에 한인 마트와 심지어는 빠리바게뜨도 있으니까 마치 한국에서 지내는 느낌이다. LA 한국식당의 밥맛은 한국에서라면 맛집으로 소문날 수준이고, 환율이 나쁜 시기라고 해도 요즘 우리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밥값도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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